법원은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고장소를 일정거리 벗어나면 고의 간주
억울한 사정이 있어도 혐의를 벗기 쉽지 않아 '변호사의 조력'긴요 할 때도

차량을 운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사고를 발생시키거나 반대로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어떠한 경우든 사고가 발생하면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 법적 지식이 뛰어난 사람도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다. 어떤 때는 경미한 사고 라며 대충 처리하다 낭패를 당하는 일도 부지기수이다. 그렇다면 교통사고를 낼 경우 가장 중범죄는 무엇일까. 쉽게 떠오르는 것이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 등이다. 하지만 가장 중하게 처벌되는 것은 일명 '뺑소니' 사건, 즉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죄(이하 '특가도주죄' 라고 한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뺑소니를 하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매년 많은 사람들이 특가도주죄로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엄하게 처벌되고 있다. 이들이 벌건 대낮에 사고를 내고 냅다 도망친 사람들인가. 거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스스로 조심하지 않아서, 특가도주죄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여 부지불식간에 해당 범죄로 수사를 받게 되는 운 나쁜 상황에 처해진 사람들이다.
특가도주죄를 범하게 되는 가장 많은 경우가 바로 음주운전과 관련이 있다. 음주를 하고 차량을 운행하다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발생 사실을 아예 인지 못하거나 또는 인지를 하더라도 판단력이 흐려져 두려운 마음에 사고장소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법원은 일단 구호조치 등을 취하지 않고 사고장소를 일정거리 이상 벗어났다면 일단 '도주의 고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여러 정황을 고려하기는 하지만 잘못을 깨닫고 뒤늦게 사고현장에 돌아와도 소용 없다. 어떤 사건에서는 도주할 고의가 전혀 없었으나 피해자 차량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내려 시비가 붙자 이를 피하기 위해 차량 뒤로 이동하였는데 피해자들이 악의적으로 '도주'로 신고하는 바람에 억울하게도 '도주의 고의'가 인정되기도 하였다. CCTV에서는 가해자가 뒤로 이동하는 모습만 보이니 구체적인 사정을 확인할 수 없었던 탓이다. 이는 그만큼 법원에서 특가도주는 엄중하게 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다른 경우로 상대방 차량을 미세하게 스치듯이 접촉하고 지나갔는데 상대방이 상해를 입었다며 특가도주로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참으로 난감하다. 잘못하면 특가도주죄로 엮일 수 있다. 이럴 때는 차량의 블랙박스와 주변 CCTV 등을 바탕으로 차량의 충격 정도를 파악하여 본인이 차량의 접촉을 인지할 수 없었던 점, 나아가 이 정도의 충격으로 상대방이 상해를 입었으리라고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점, 실제 상대방이 상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을 피력하여야 한다. 그래야 '도주의 고의'가 부인되어 특가도주죄혐의를 벗을 수 있다. 일반인으로서는 이 모든 과정이 녹록치 않은 일이니 풍부한 노하우를 가진 법률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특가도주죄로 수사가 개시되면 경찰에서는 매우 엄격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억울한 사정이 있어도 거의 귀 기울이지 않는다. 또한 실제 교통사고 사건의 경우 검찰은 경찰의 수사결과를 신뢰할 뿐 구체적으로 살펴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 초기부터 법률전문가를 변호인으로 선임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억울한 사정에 대해 강력하게 항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칫 특가도주죄 혐의가 인정되어 기소되면 상대방과 적극적으로 합의를 하여야 하는 등 재판이 끝날 때까지 매우 괴롭고 합의가 안 되면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
필자에게 변호사선임을 주저하지 말아야 하는 사건들이 뭐냐고 묻는다면, 교통사고 사건에서는 단연 특가도주죄 사건을 꼽는다. 그만큼 억울한 사정이 있어도 혐의를 벗기가 매우 어려운 사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차량을 운행하다 상대방의 차량을 가볍게 충격하더라도 차량에서 내려 사고로 인한 피해자를 확인하고 사고로 인한 차량 상태를 확인하는 등 후속조치를 취한다. 이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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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제52회 사법시험(연수원 42기)에 합격했다. 중앙일보 지주회사격인 중앙미디어네크워크 법무팀에서 사내 변호사로 다년간 근무를 했다. 이후 법무법인 고도에서 민ㆍ형사,행정,가사 사건을 맡아 처리하였고 현재는 IBS 법률사무소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 하고 있다. 각종 스타트업 등 회사의 법률자문 및 서대문 경찰서 자문, 포항공대 옴부즈만을 맡고 있으며 드라마 '라이브' 제작 자문도 맡았다. 그 외 '궁금한 이야기y'. MBC 뉴스에도 출연해 까다로운 법률용어를 쉽게 풀어내는 수완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