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전기 활동 결과라면 현실은 실제가 아니고 뇌가 인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 가능
2,500년 전 장자는 나비가 된 꿈을 꾼 후 "나비가 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

트루먼 버 뱅크는 '트루먼 쇼'라는 텔레비전 쇼의 주인공입니다. 트루먼 쇼에서는 그의 출생부터 일거수 일투족을 한시도 빠짐없이 수천 대의 카메라로 세계 각국에 방영합니다.
그런데 트루먼은 이 사실을 모릅니다. 자신의 삶이 실제라고 믿고 있었지요. 그러다 마지막에 자신이 사는 공간이 거대한 돔 안에 구축된 실제처럼 꾸며진 세트이고, 가족과 친구들도 모두 배우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영화 <트루먼 쇼>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내 삶도 현실이 아니라 혹시 설정 아닐까? 현실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현실이라고 느끼는 것은 망막에 맺힌 시각 데이터와 고막을 울리는 청각 데이터를 두뇌가 주관적으로 구성한 추상(抽象)일 뿐입니다.
우리는 의식이라는 필터를 통해서만 현실을 경험합니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해석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이렇듯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활동의 결과라면 현실은 실제가 아니고 뇌가 인지할 수 없는 또 다른 세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그걸 가상세계라고 부르는 거지요.
약 2,500년 전 장자가 그런 의심을 품었습니다. 하루는 자신이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는데, 잠에서 깬 그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스칩니다. "사람인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가, 아니면 나비가 내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호접몽(胡蝶夢) 이야기입니다.
유발 하라리도 그의 저서 <호모 데우스>에서 비슷한 상상을 합니다. "당신이 아는 것과 달리 지금은 2216년이고, 당신은 21세기 초의 신나는 원시세계를 흉내 내는 '가상세계' 게임에 푹 빠진 심심한 10대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삶은 실제가 아니라 훗날의 사람이나 다른 생명체가 시간여행을 온 것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믿고 있는 현실이란 건 플라톤의 동굴 비유처럼 스크린에 비춰진 투사물일 수도 있고요. 우리는 현실이 진짜고 가상세계는 가짜라고 믿고 있지만, 반전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네요. 영화 <트루먼 쇼>의 트루먼이 진짜 세상을 발견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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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김용태 마케팅연구소 대표)= 방송과 온라인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 마케팅과 경영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강의와 컨설팅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용태의 마케팅 이야기"(한국경제TV), "김용태의 컨버전스 특강" 칼럼연재(경영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등이 있고 서울산업대와 남서울대에서 겸임교수를 했다. 특히 온라인 강의는 경영 분석 사례와 세계 경영 변화 흐름 등을 주로 다뤄 국내 경영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요 강의 내용을 보면 "루이비통 이야기 – 사치가 아니라 가치를 팔라", "마윈의 역설 – 알리바바의 물구나무 경영이야기", "4차산업혁명과 공유 경제의 미래", "손정의가 선택한 4차산업혁명의 미래", "블록체인과 4차산업혁명" 등이다.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트로이의 목마를 불태워라", "마케팅은 마술이다", "부모여, 미래로 이동하라", "변화에서 길을 찾다", "마케팅 컨버전스", "웹3.0 메타버스", 메타버스에 서울대는 없다(이북), 메타버스와 세 개의 역린(이북) 등을 펴냈다. 서울대 인문대 졸업 후 서울대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