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학생의 수요 변화에 창의와 자율로 대응해야 경쟁력 향상 가능 주장

바람직한 대학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발로 하는 투표'(voting by feet)'가 이뤄져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시장 수요와 개인 선호로 결정되는 발로 하는 투표를 통해 수요자가 외면하는 대학은 스스로 문을 닫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책 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영선 선임 연구위원은 20일 '수요자 중심의 대학 구조개혁'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제안했다. 고영선 연구위원은 "학령인구 감소로 20년 후에는 대학 재학생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지만, 대학평가를 재정 지원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대학의 정원을 조정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 연구위원은 재정 지원과 연계하는 대학 구조조정 방식이 국가 균형발전과 같은 정치적 고려에서 자유롭기 어렵고, 늘어나야 할 전공 부문에 대한 판단을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도 부적절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대학들은 특성화가 아닌 일률적 학과 정원 감축으로 재학생 수 감소에 대응하고 있다.
고 연구위원은 학생들이 대학이나 학과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성적에 맞춰 대학을 선택, 성과가 낮은 대학이 구조조정되지 않는 문제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발로 하는 투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교육부가 아닌 학생들이 대학을 평가해 대학 구조조정의 동력으로 삼자는 것이다.
고 연구위원은 학생들은 정부와 달리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대학은 학생들의 수요 변화에 창의와 자율로 대응함으로써 대학 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 정부에 제출할 문건을 잘 작성하는 능력이 아니라 실제로 학생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판단해 어느 전공 분야를 줄이거나 늘리도록 유도하지 않고, 학생을 포함한 다수의 주체들이 이를 판단하도록 함으로써 과잉·과소 공급의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 연구위원은 '발로 하는 투표'를 위해선 개별 대학·학과에 대한 정보 제공을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예를 들어 '취업의 질', 즉 졸업생 연봉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부는 졸업생들의 취업 후 연봉을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 고 연구위원은 "교육부가 2018년 이를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