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와 출세경쟁에 몰입해 꼴찌의 역할론 간과…해결 못하면 우리사회 존폐 위협

지금은 고인이 된 故박완서 님의 수필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을 읽었던 감동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버스 타고 가는 도중 마라톤 행렬을 만나는 바람에 버스에서 내려 길가에서 마라톤 선수들을 보면서 느낀 생각을 쓴 글인데, 그녀가 내렸을 때는 이미 선두주자는 결승점에 골인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라디오에서는 아나운서의 '골인, 골인'을 외치는 숨 막히는 소리와 관중들의 환호성이 울리고 있었고요.
그날, 그녀가 본 것은 결승점에서 수 킬로 못 미쳐서 달리고 있는 꼴찌 주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여태껏 그렇게 정직하게 고통스러운 모습을, 그렇게 정직하게 고독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가슴이 뭉클하더니 심하게 두근거렸다."

우리 사회는 온통 1%에게만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1%에 들기 위해 달리는 겁니다.
열심히 일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고먹는 것을 죄악시했고, 자녀들을 가르칠 때도 어릴 적부터 인생의 목표를 분명히 정하고 '돌격 앞으로' 할 것을 강요합니다.
여기에 세속적 가치관까지 거들지요. 인생 성공의 척도는 돈과 명함이고, 스카이캐슬에 입성해서 대기업 취직하거나 고시 합격해서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달려가는 것이 산업시대의 엘리트 로드맵이었습니다.
1%의 위너를 만들기 위해 99%의 청년들이 희생되는 것에 우리사회는 무감각합니다. 어릴 적부터 위인전에 길들어진 현대인들은 여전히 거인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정신장애나 우울증, 중독 등 정신질환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특히 자살률 문제는 심각하지요. 결혼율, 출산율이 낮은 것도 여기서 기인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도 갈수록 벌어집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고통의 소리는 대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환호성 속에 묻힙니다. 정부의 업적 치장에 눈이 팔려서 소외된 서민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고요. 나날이 재산이 증식되는 고위공직자들이 있는가 하면, 나날이 자신의 재산을 줄여가면서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가려는 고독한 벤처 기업가들도 있음을 우리가 기억해 주어야 합니다.
꼴찌에게 갈채를, 이것은 단순히 동정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존폐가 걸려있는 문제입니다. 공허한 외침보다 진정성있는 갈채, 고인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는 아직 (꼴지의) 그 무서운 고통과 고독의 참맛을 알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그날 내가 이십 등, 삼십 등에서 꼴찌 주자에게까지 보낸 열심스러운 박수갈채는 몇 년 전 박신자 선수한테 보낸 환호만큼이나 신나는 것이었고, 더 깊이 감동스러운 것이었고, 더 육친애적인 것이었고, 전혀 새로운 희열을 동반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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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김용태 마케팅연구소 대표)= 방송과 온라인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 마케팅과 경영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강의와 컨설팅으로 이름을 알렸다. "김용태의 마케팅 이야기"(한국경제TV), "김용태의 컨버전스 특강" 칼럼연재(경영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등이 있고 서울산업대와 남서울대에서 겸임교수를 했다. 특히 온라인 강의는 경영 분석 사례와 세계 경영 변화 흐름 등을 주로 다뤄 국내 경영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요 강의 내용을 보면 "루이비통 이야기 – 사치가 아니라 가치를 팔라", "마윈의 역설 – 알리바바의 물구나무 경영이야기", "4차산업혁명과 공유 경제의 미래", "손정의가 선택한 4차산업혁명의 미래", "블록체인과 4차산업혁명" 등이다.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트로이의 목마를 불태워라", "마케팅은 마술이다", "부모여, 미래로 이동하라", "변화에서 길을 찾다", "마케팅 컨버전스", "웹3.0 메타버스", 메타버스에 서울대는 없다(이북), 메타버스와 세 개의 역린(이북) 등을 펴냈다. 서울대 인문대 졸업 후 서울대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