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의 15일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과거사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대일 비판의 톤을 자제한 것으로 평가해 보도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언론도 문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일본을 향해 발언 수위를 낮추고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등 역사 문제에 대한 언급을 삼간 문 대통령의 연설이 이뤄짐에 따라 일본 정부는 향후 한국 측의 대응을 지켜볼 태세"라고 소개했다. NHK는 문 대통령이 “일본이 대화·협력의 길로 나오면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수출관리 강화를 둘러싸고 일본 정부에 대화와 협력을 거론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연설은 일본에 대한 비판의 톤을 억제하고 양국 간 협의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서두르고 싶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역사 인식 문제에서는 직접적인 일본 비판을 피했다"며 문 대통령이 '대화·협력'을 거론한 점을 보도한 뒤 "관계 개선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문 대통령이 일본과의 대화와 협력 자세를 내세운 것은 더는 대립 격화를 회피하고 싶은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문 대통령이) 수출관리 강화를 둘러싸고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염두로 대화에 의한 해결을 호소했다"고 해석했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로 가고 한국 내에서 도쿄올림픽의 보이콧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가운데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AFP 통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도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는 광복절 대일(對日) 메시지에 주목했다. 이들 외신은 경축사 중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입니다"는 부분을 공통으로 인용했다.
미국 일간 NYT는 '한국 대통령이 일본과 갈등 속에서 회유 목소리를 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두 아시아 핵심 동맹국 사이에 쓰디쓴 대립이 몇주간 이어진 후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을 달래는 언급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문 대통령이 두 나라가 무역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협력할 수 있다는 기대를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에 일본에 대화를 촉구했다'는 제목을 달고 "일제로부터 독립을 기념하는 연설에서 문 대통령이, 최근 일본을 향해 사용한 거친 표현에서 수위를 낮췄다"고 썼다.
AFP 통신은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향해 올리브 가지를 흔들었다"고 비유했다. 통신은 지난달 일본이 삼성 등 한국 기술기업에 중요한 물품의 수출에 제한을 건 조처를 시작으로 양국이 대립, 갈등이 고조됐다며 문 대통령은 "한국이 일본과 기꺼이 협력하겠다고 말하면서 과열된 분위기를 식히려 나섰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문 대통령이 "일본에 대한 비판을 누그러뜨렸다"고 제목을 달았다. 블룸버그는 일본이 앞서 소재 수출 1건을 승인한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신호'라며, 문 대통령 쪽에서는 전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소녀상 제막행사에 거리를 두면서 메시지를 내보내는 것을 택했다"고 진단했다.
BBC의 로라 비커 서울 특파원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경축사 구절을 인용하면서 "문 대통령 연설의 톤은 한국이 일본과 기꺼이 협력한다는 것"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