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업을 주장하여 회사 경영의 기초를 흔들 위험성 등 검토를

기업이 회사를 경영하면서 신입사원급의 무경력자를 채용해 자기 회사 사람으로 키우기도 하지만 때로는 간부급 직원, 심지어 임원을 외부에서 수혈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 MBA(경영대학원) 과정에는 외부 경력자가 꼭 필요한 상황인데 현재 있는 간부가 걸림돌이 될 때 비록 회사 창업 때부터 오랜 기간 회사를 같이 성장시켜온 직원일지라도 매몰차게 퇴진을 권유하는 요령을 연기방법(Role playing)으로 실습까지 하는 교육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니 회사경영의 비정함을 논하는 것은 둘째치고 경력직 간부 외부채용의 필요성은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올 때가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채용에 따른 위험성이다. 신입사원 채용에도 위험성이 따르지만 간부 채용의 경우 그 위험성은 신입사원 채용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위험성들을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채용 필요성과 어떤 일을 시킬지 정확히 따져보지 않고 채용할 때의 위험성이다.
이는 채용인력 자체의 문제점이라고 하기보다는 회사의 인력 채용 정책상의 문제점이다."필요성이 그다지 별로 없는데도 간부 직원을 채용한다고?"라며 의문을 나타낼지 모르지만 실제 그런 회사가 의외로 많다. 다른 회사에서 좋은 실적을 보였으니 우리 회사에서도 그러려니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 덜컥 채용하여 아까운 인건비만 지출하는 것이다.
둘째. 우리 회사 조직 문화와 맞지 않는 사람을 채용할 위험성이 있다. 이 경우는 특히 대기업 출신 간부를 중견기업에서 채용할 때 많이 저지르는 실수이다. 대기업은 충분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어서 개인의 한정된 역량만으로도 실적을 올릴 수 있지만 여건이 좋지 못한 중소기업에서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만약 새로 입사한 경력 간부가 이전 기업에서 그런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면 옮겨온 직장에서는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종종 그 책임을 회사의 낙후된 시스템과 심지어 직원들의 자질 탓까지 한다는 데 있다. 그렇게 되면 실적 부진만이 문제가 아니라 사내 단결력까지 해치는 사태에까지 직면하게 된다.
셋째, 외부에서 입사한 경력직은 그 자신 스스로가 불필요한 인력을 외부에서 추가로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다. 외부에서 온 경력자는 외롭다. 그래서 내심으로는 회사에서의 자신의 입지 강화가 주목적이지만 겉으로는"사업추진을 위해 필요하다"는 명분을 만들어 새로운 외부인력 채용을 주장하는데 회사로서는 이런 요구를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이미 해당 간부에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서이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인력이 사내에 급격히 증가하기도 한다.
넷째, 기존 사업을 무시하고 새로운 사업을 주장하여 회사 경영의 기초를 흔들 위험성이 있다. 우리나라 회사 경영의 문제점 중 하나가 신임간부가 전임자가 닦아놓은 사업토대를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인데 외부 경력 간부들은 이런 성향이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자기가 회사에 들어온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은 잘못됐고 내가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멀쩡히 돈을 잘 벌어주던 사업의 기초가 이들에 의해 흔들리기도 한다.
이상 간부 외부채용의 위험성을 몇몇 살펴봤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필요한 간부 인력의 외부채용은 불가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 한 위험성들을 미리 알고 평직원 채용보다 몇 배의 노력과 주의를 기울여 신중히 추진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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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