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 저울질 전기ㆍ가스 요금 인상 복병…가공식품은 9.1% 올라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만에 가장 낮은 4% 초반으로 둔화했다. 하지만 물가 오름세 둔화의 주된 요인인 국제유가 하락세가 산유국 모임 OPEC+의 기습적인 추가 감산으로 다시 급등세로 돌아서 향후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기ㆍ가스 요금도 국민의힘 이 반대해 일단 4월 인상은 유보됐지만,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가 크기 때문에 마냥 늦출 수 없어 공공요금 발 인상 요인도 잠복한 상태다. 지하철-버스 등 공공요금 인상도 대기중이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물가 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년 100 기준)으로 지난해 3월보다 4.2% 올랐다. 이는 2월 상승률(4.8%)보다 0.6%포인트 낮은 것이자 지난해 3월(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물가 상승세는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가 올 1월 공공요금 인상으로 5.2%로 상승한 뒤 최근 두 달 새 1%포인트 낮아졌다.
물가상승률 둔화에는 국제유가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 3월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4.2% 내렸다. 2월에 이어 두 달째 하락세가 이어졌다. 2020년 11월(-14.9%)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다. 국제 원자재값 하락 여파로 공업제품 가격 상승률도 2월 5.1%에서 3월 2.9%로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가공식품은 9.1% 올라 여전히 상승률이 높았다. 농축수산물도 3.0% 올라 전월(1.1%)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농산물이 4.7% 올랐다. 특히 채소류 가격이 13.8% 올라 상승을 주도했다. 축산물은 1.5% 내려 2월(-2.0%)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갔으나, 수산물은 7.3% 올랐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28.4% 올라 2월(28.4%)에 이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이어갔다. 개인서비스는 5.8% 올라 2월(5.7%)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특히 외식이 7.4% 오르며 전월(7.5%)보다 소폭 둔화에 그쳤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8% 올랐다. 2전월(4.8%)과 상승률이 같아 물가불안이 여전히 진행형임을 나타냈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것은 2021년 1월 이후 2년여 만이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 등을 제외하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은 여전히 높다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