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CEO 스토리] 박정민 SK엠앤서비스 대표의 '복지 사업'

복지 플랫폼 '베네피아'서 기업과 공공 기관 대상으로 '맞춤형 복지' 서비스 펼쳐 코로나 잠잠해졌지만 30% 재택근무 병행…"데이터가 생산성하락과 무관 입증" 가족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을 해 보려 늘 고민…'가족, 사람, 꿈'이 인생키워드

2023-04-10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SK엠앤서비스는 복지 서비스 전문 기업이다. 이 회사의 복지 플랫폼 베네피아는 기업과 공공기관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복지 서비스 몰이다.

3700여 고객사의 구성원 약 120만 명이 이용한다. 이들 고객사가 위탁해 운영하는 복지 포인트가 1조3000억 규모이다.

SK엠앤서비스의 미션은 '삶을 풍요롭고 유쾌하게 만드는 것'(To enrich and delight the human life)이다.

박정민 대표가 부임해 제시했다. 박 대표는 사업부서가 새로운 복지 서비스를 검토할 때면 언론에 배포할 가상의 보도자료를 작성케 한다. "이렇게 가상 보도자료를 만들다 보면 해당 서비스가 담아야 할 고객 가치를 스스로 묻고 따져 검증하게 됩니다. 이때 제대로 검증하려면 높은 수준의 고객 이해가 필요하죠."

3년 전 그가 부임했을 때 SK엠앤서비스엔 용역 사업, 중개 수수료 모델 사업만 있었다. 기업이 핵심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를 외부 업체에 맡기는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수주가 사실상 사업의 전부였던 셈이다. "그렇다 보니 구성원들에게 우리 고객이라는 개념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그는 말했다.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Software as a Service)를 패러디해 '서비스로서의 복지'(Welfare as a Service) 즉 서비스형 복지를 개념화했습니다. 얼마 후 베네피아 고객사의 구성원을 우리 회원으로 만들자고 했을 땐 내부의 저항이 컸어요. 우리가 사업을 주도하고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동기부여를 했죠."

박 대표는 전자공학을 전공한 개발자 출신이다. 사업을 해 보고 싶어 전 직장 시절 서비스 기획으로 갈아탔다. 그는 서비스 기획은 고객의 행동을 관찰하는 데서 시작되고, 고객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건 CEO에게 중요한 덕목이라고 주장했다.

"한때 제 별명이 호기심 천국이었습니다. 평소 관찰하기를 좋아하고 그래서 눈치가 빠른 편이죠. 관찰하다 보면 공감을 하게 되고, 공감에서 배려하는 마음이 생겨요. 복지란 곧 배려입니다."

SK엠앤서비스 구성원들은 자랑하고픈 사내 복지 및 조직문화 중 하나로 재택근무를 꼽는다. 이 회사는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 중 선택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실시한다.

"엔데믹을 앞두고 많은 기업의 구성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했지만 우리는 30% 재택근무를 병행하기로 했습니다. 2주에 3일꼴이죠. 전면 재택근무보다 이 정도 재택이 훨씬 효율적이에요."

그는 재택근무의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데이터로 입증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광명·과천 등 서울의 위성도시에 사는 젊은 구성원들은 출퇴근에 하루 3시간을 씁니다. 이 3시간을 적절히 활용하면 자기 관리를 더 잘할 수 있죠. 재택근무는 채용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개발자들은 연봉보다 워라밸을 더 중시합니다."

그는 재택근무가 잘 정착되면 여성 구성원의 경력단절이 줄어들 거로 내다봤다. 재택근무 덕에 여성에 대한 장벽이 낮아질 거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다.

인터뷰 시작 전 그가 QR명함을 건넸다. 지난 2월 종이 명함을 대체하기 위해 그가 제안했고 전 구성원이 사용한다고 했다.

"명함을 만드느라 지구적으로 연간 54만 그루의 나무가 사라집니다. 만나는 CEO들마다 QR명함을 건네면 도입하고 싶어 하죠."

눈에 보이지 않는 ESG 경영이다. 지난해 시작한 걷기 서비스 베네fit도 ESG 경영을 지향해 런칭했다. 탄소 저감을 위한 작은 실천인 걷기를 하면 건강 포인트를 지급하고 동료와 함께 걸으면 추가 포인트를 지급한다. 걷기를 통해 자신이 살린 소나무가 몇 그루인지 시각화해 앱으로 제공한다.

SK엠앤서비스는 이직률이 경쟁사보다 낮다. 이직이 상대적으로 적은 건 이 회사의 고유한 잡 포스팅 제도와 관계가 깊다. 충원이 필요할 때 먼저 구성원을 대상으로 사내 공모를 하는 제도이다. 현재 업무가 힘들거나 잘 맞지 않을 때도 활용할 수 있는 '사내 이직' 제도라고도 할 수 있다.

이 회사의 건강 검진 우대할인 서비스는 당초 내부 구성원을 위한 복지 서비스였다. 이 검진을 고객사 서비스로 확장했다.

"우리 회사 구성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건강 검진을 베네피아 전 고객사로 확장했죠. 검진은 수검자 규모가 클수록 병원·검진센터의 할인 폭이 커지는 구조라 구매력이 큰 우리 회사가 검진 내역·가격 면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어요. 건강 검진업계의 '우버'가 돼 보려 합니다. 사실 검진은 수익성 면에서 돈이 되는 서비스는 아니에요."

특수고용직 개인사업자 라이더의 비중이 큰 한 유명 배달 앱이 이들에게 검진을 제공하고 싶어 연락을 해 왔다. 그는 해마다 검진 데이터가 쌓이면 장차 고객사 구성원의 건강상태를 기반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을 거라고 덧붙였다. 건강용품, 식생활 관련 제품, 보험 등 금융상품을 예로 들었다.

그에게 자신의 삶을 관류하는 키워드를 세 개 꼽아 달라고 했다. "가족, 사람, 꿈입니다. 오늘도 우리 가족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을 해 보려 고민합니다. 전 직장에서 마지막 4년 간 영업부문장을 했는데 비즈니스의 꽃은 영업이고 결국 사람이더군요. 내부 고객이든 외부 고객이든 다 사람이죠. 복지 서비스를 업으로 하는 회사의 대표가 된 걸 신의 선물로 받아들입니다. 대표는 꿈을 이루기 위해 더 많은 자원을 동원해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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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중앙일보 경제부를 거쳐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월간중앙 경제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ㆍ포브스코리아 경영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전문기자 등을 지냈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에게 배워라-대한민국 최고경영자들이 말하는 경영 트렌드>, <CEO를 신화로 만든 운명의 한 문장>, <아홉 경영구루에게 묻다>, <CEO 브랜딩>, <한국의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공저) 등 다섯 권의 CEO 관련서를 썼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잡지교육원에서 기자 및 기자 지망생을 가르친다. 기자협회보 편집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로 있었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초빙교수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