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發 '세계금융 그늘' 일단 벗어났다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위기가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의 인수로 급한 불을 끄게 됐다. 스위스 정부가 1000억달러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등 20일 월요일 세계 금융시장의 '블랙먼데이' 사태를 피하기 위해 적극 나선 결과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정부와 스위스 국립은행은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스위스 연방정부와 금융감독청(FINMA), 스위스 국립은행(SNB)의 지원 덕분에 UBS가 오늘 CS 인수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중앙은행인 SNB는 UBS의 CS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최대 1000억달러의 유동성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그나지오 카시스 스위스 대통령은 "UBS의 CS 인수가 스위스 금융시장에 신뢰를 제공하는 최고의 해법"이라고 밝혔다.

카린 켈러 서터 재무장관은 "(이번 결정은) 다른 어떤 시나리오보다 국가와 납세자, 세계 금융 안정성에 있어서 위험이 작다"며 "이번 조처는 구제금융이 아니라 상업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인수 총액은 32억3000만달러다. 이로써 CS의 모든 주주는 22.48주당 UBS 1주를 받게 된다. UBS는 당초 인수 비용으로 10억달러를 제시했는데 협상 끝에 32억3000만달러로 결정됐다.

지난 17일 종가 기준 CS의 주당 가격은 1.86 스위스 프랑이었다. 이를 달러로 환산한 시가 총액은 약 80억달러로 CS 주주들은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UBS는 인수 이후 CS의 투자은행 부문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혀 대규모 감원을 예고했다.

통합 법인의 최고경영자(CEO)는 랄프 해머스 현 UBS CEO가 계속 맡을 예정이다. UBS는 "협상 당사자 모두가 인수 조건 충족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한다"면서 "가능하다면 연내에 모든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했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CS는 167년 역사를 지닌 세계 9대 투자은행(IB)이다. 수년간 지속된 투자 실패로 재무구조가 악화한 데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으로 위기에 직면하면서 다른 은행에 인수되는 상황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