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가에 몰아치는 SVB發 '불안 후폭풍'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의 연쇄 파산으로 미국 금융권에 불안 심리가 커진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일부 중소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의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무디스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과 자이언즈 뱅코프,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코메리카, UMB 파이낸셜, 인트러스트 파이낸셜 등 지역은행 6곳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9일(-16.51%)과 10일(-14.84%)에 이어 13일 61.83% 급락했다. 3월 들어 주가가 74.6% 떨어진 상태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전체 예금 가운데 68%에 해당하는 1195억 달러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보유 중인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의 미실현 손실이 4억7100만 달러에 이른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리퍼블릭은 SVB만큼은 아니어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 고객이 많다는 등 여러 측면에서 SVB와 유사한 구조다. 무디스는 SVB 파산 과정과 마찬가지로 "(퍼스트리퍼블릭에서) 예상보다 많은 자금이 인출되고 유동성은 부족한 경우 자산을 팔아야 하고, 미실현 손실이 확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전날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이 우려되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JP모건체이스로부터 긴급 자금을 조달해 가용 유동성을 700억달러로 늘렸다.

코메리카 은행은 전체 예치금 가운데 62%인 455억 달러가 FDIC 보호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AFS의 미실현 손실이 30억3000만달러다. 코메리카 은행 주가는 이달 들어 39.3% 하락했다.

자이언즈 뱅코프는 전체 예치금 가운데 53%인 376억달러가 FDIC 보험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AFS의 미실현 손실이 16억3000만달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자이언즈 뱅코프의 스콧 앤더슨 최고경영자(CEO)는 " 지역적으로 다변화된 사업을 갖고 있고 고객 유형 및 상품도 다양하다"며 SVB와 은행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이날 이미 폐쇄된 시그니처은행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정크) 수준인 'C'로 매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