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자' 새우깡 '서해 새우 보이콧' 논란
농심 “소비자 안전” VS. 어민 “가격 때문일 것”
1971년 출시돼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량 80억개, 연간 매출 700억원을 기록한 ‘국민과자’ 새우깡이 48년 동안 원료로 쓰던 국산 새우를 포기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농심측이 서해 가 오염돼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이 섞인 새우가 납품되는 사례가 늘어 식품 제조에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 데 대해 해당 군산지역 어민들은 가격 차이 때문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농심에 따르면 그동안 사용해온 새우깡의 주 원료는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잡히는 꽃새우였다. 그런데 서해 수역 환경이 나빠지면서 7~8년 전부터 생물 새우 원료에 폐기물이 섞여 나오는 일이 잦아졌다. 농심은 자체적으로 시설을 강화해 원료 선별 공정 과정에서 폐기물을 걸러냈다. 3년 전부터는 미국산 새우와 국산 새우를 반반씩 섞어 새우깡을 제조했다.
국내 어민들은 저인망식으로 꽃새우를 채취해 바다 밑에 깔린 폐기물이 어망에 섞여 들어가는 경우가 잦은데 비해 미국산 새우는 중간 수심에서 그물을 들어 올리는 방식이라 상대적으로 원물 상태가 깨끗하다고 농심 측은 설명했다.
때문에 농심은 더 이상 국산 새우로는 품질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농심 측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품질과 소비자 안전”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은 매년 여름, 1년 동안 쓸 새우를 구매했는데 국산 새우는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구입하지 않았다. 올해 연말 재고로 비축한 국산 새우가 모두 소진되면 내년부터는 100% 미국산 새우로 새우깡을 만들게 된다.
농심의 이런 결정에 군산의 꽃새우 어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군산시 수협에 따르면 한때 1상자(14~15㎏)에 9만원이 넘었던 꽃새우 위탁판매 가격은 최근 2만8000원 안팎으로 급락했다. 농심이 새우깡 원료를 수입산으로 돌리면서 판로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군산시 수협의 설명이다. 농심은 한해 300~500t의 군산 꽃새우를 사들였다. 이는 군산 꽃새우 전체 생산량의 60~70%에 해당한다.
꽃새우를 채취하는 군산 지역 어민들은 수입산 새우 가격이 상자당 1만7000원 정도로 국내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농심이 군산 꽃새우를 외면하는 이유가 가격 때문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군산지역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농심은 새우깡의 원재료인 꽃새우 구매를 미국 등 해외로 변경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면서 “농심이 구매처 변경 이유를 서해의 환경오염으로 돌리며, 폐플라스틱 등 이물질이 섞여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점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농심이 서해의 환경오염을 지적한 것은 단순히 군산 꽃새우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해에서 서식하는 모든 생선류는 환경오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농심은 “절대로 가격 문제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농심 측은 “어민들 주장처럼 수입 새우와 국산 새우 가격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며 “안타깝지만 서해 바다의 환경 악화로 꽃새우 품질이 예전 같지 않아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다른 제품에는 100% 국내산 다시마(너구리 라면)와 국내산 꿀(꿀꽈배기 과자)을 쓴다. 새우깡에만 미국산 새우를 쓸 이유가 없으며 품질이 보장된다면 다시 국내산 새우로 새우깡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