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산업, 日本 제치고 세계 3위에 올라서
2013~18년 평균성장률 9.0%…'반도체 편중'은 심화
한국이 지난해 전 세계 전자업계에서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 생산국의 지위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 5년간 주요국 가운데 3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IT 강국'의 입지를 굳혔으나 반도체 등 전자부품에 대한 지나친 편중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30일 발간한 '세계 전자산업 주요국 생산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자산업 생산액은 1711억100만달러(약 202조7천억원)로 집계됐다.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8%로 중국(7172억6600달러·37.2%)과 미국(2454만2200만달러·12.6%)에 이어 3번째였다. 5년 전인 2013년(1111억7900만달러)과 비교하면 53.3% 늘어난 것으로 순위도 일본을 제치고 한 계단 올라섰다.
특히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9.0%에 이르면서 상위 20개국 가운데 베트남(11.7%)과 인도(10.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중국과 미국은 각각 2.9%와 1.0%였다. 일본은 -2.3%를 기록하며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한국은 지난해 전체 전자산업 생산에서 차지한 전자부품 비중이 77.3%로, 5년 전보다 18.8%포인트 높아지면서 의존도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선통신기기와 컴퓨터가 각각 10.0%와 7.8%로 그 뒤를 이었다. 업계는 2017년과 지난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호황 덕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리면서 전자부품 비중이 큰 폭으로 확대된 결과로 분석했다. 중국의 경우 비중이 가장 큰 컴퓨터 분야가 전체의 34.2%를 차지했고, 미국도 무선통신기기 분야의 비중이 최대였으나 32.3%에 그치며 분야별로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일본은 전자부품 분야 비중이 56.6%로 가장 높았다.
부문별로는 전 세계 전자부품 생산에서 지난해 한국이 19.2%의 비중으로, 중국(24.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무선통신기기는 4.3%의 비중을 차지하며 중국(46.4%)과 미국(20.0%), 베트남(.8%), 인도(4.4%)에 이어 5번째였고, 컴퓨터(3.3%)도 중국(59.7%)과 멕시코(6.0%), 미국(4.9%), 일본(4.0%)에 이어 5위에 랭크됐다.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전자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과 설비에 적극 투자하면서 한국이 전 세계 전자업계에서 입지를 넓혔으나 반도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중국, 미국 등과 비교할 때 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본의 대(對)한국 소재 수출규제와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공포지수'가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KEA는 "반도체 의존도가 높긴 해도 반도체산업은 분명히 높게 평가해야 할 성공 사례이고, 다른 산업이 따르지 못했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하다"면서 "중국의 경우 자국 업체도 크게 성장했지만 미국과 한국, 일본 업체들의 현지 공장이 많은 점이 세계 1위 자리를 지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