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 받으면 즉각 퇴출
그간 한 사람이 최대 2억2천만원 월례비 받은 사례도 평균 연5500만원 수수…건설노조 비위앤 형사 처벌
3월부터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요구하는 기사에게 정부가 면허 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앞으로 법을 바꿔 면허 취소도 가능하도록 처벌 강도를 높일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21일 법무부·고용노동부·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함께 마련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노조 전임비 강요, 채용 강요, 월례비 수수 등을 형법상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해 처벌하기로 했다. 또 기계장비로 현장을 점거하면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위법한 쟁의 행위 때는 노동조합법을 각각 적용해 즉시 처벌하기로 했다.
200일 특별단속에 나선 경찰은 지난 17일 현재 불법행위 400건(1648명)을 수사해 63명을 송치하고 20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단속과 수사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국토부는 특히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부당금품으로 명시하고, 월례비를 받는 기사에게 면허 정지와 취소 등 고강도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월례비는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급여 외에 별도로 지급하는 돈이다.
조종사는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와 고용 계약을 맺어 이에 따른 월급을 받고, 시공사로부터 500만∼1000만원의 월례비를 관행적으로 받이왔다. 월례비 지급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자재를 천천히 인양하거나 인양을 거부해 공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사례가 허다해 건설사로선 공기를 지키려면 월례비를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 실태조사 결과 전체 건설현장 불법행위(2070건) 중 타워크레인 월례비 지급이 58.7%(1215건)를 차지했다. 조사 결과 타워크레인 기사 438명이 월례비 243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 한 명이 연간 2억17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월례비 수수 상위 20%는 평균 9470만원을 받았고, 전체 평균 수수액은 5560만원이었다. 수수 기간은 1년에서 1년 9개월로 각각 다르다. 이는 증빙자료가 있는 신고 건수만 취합한 것으로 실제 월례비 지급액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월례비를 수수하면 국가기술자격법상 성실·품위 의무를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면허 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면허 정지 권한은 국토부장관에게 있으며, 최대 1년간 정지가 가능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오늘부터 월례비 수수 건에 대해 계도기간을 거쳐 3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건설기계관리법을 개정해 월례비 강요와 점거 행위 때 사업자등록과 면허를 취소할 방침이다. 전국 건설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은 4600대, 타워크레인 노조원은 4000여명으로 추정된다.
타워크레인 기사 면허는 지난해 말 기준 2만2931명(일반 1만448명·소형 1만2483명)에게 발급돼 있는데, 사실상 노조원이어야만 현장에서 일할 수 있다. 원희룡 장관은 "지금은 노조 가입비로 4000만원을 내고 타워크레인 조종석에 앉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월례비를 받은 기사들이 퇴출당하면 나머지 2만2천명에게 일자리 기회를 공정하게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고등법원에서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관행적으로 지급돼온 월례비는 사실상 임금 성격이라는 판단이 나와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