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⑫주인의식 감별법

비용이 계속 증가한다 … 거래선 유지하려고 이런 저런 무리한 요구 수용 부실 채권이 많아진다 … 매출에 대한 적극적인 현금화 노력을 안한 결과 계약서의 관리가 부실 … 계약서초안 법률 검토,수정 없이 회사도장 사용

2023-02-17     권능오 노무사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해줬으면...."는 모든 회사 경영자들이 직원들에게 바라는 바일 것이다.

물론 법적으로야 직원들이 받은 "월급만큼" 일해주면 그 책임을 다했겠다 하겠지만 "월급만큼"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고, 한편으로는 직원은 경영 활동의 주체로서 회사 비품과 달리 수동적인 존재에만 머무를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듯 직원의 주인의식을 알아내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누구는 하루 근무시간 중 몇 %를 온전히 회사 업무만 하느냐를 가지고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의미 없는 회의시간 등을 생각하면 형식적인 근무시간으로 직원의 주인의식을 파악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주인의식 여부를 보여주는 몇몇 지표들이 회사에 있다. 이를 체크포인트로 삼으면 된다. 직원들이 주인의식 없이 일하는 회사는 대개 다음의 특징을 나타낸다.

첫째, 제품의 가격 단가가 하락하고 비용이 계속 증가한다. 회사 거래선들은 상대 회사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단가 인하와 비용 부담을 요구한다. 배송비를 예를 들면 "지금까지는 저희가 부담했는데, 앞으로 판매회사가 부담 해주세요"라는 식이다. 그런데 직원들은 이런 거래선의 요구들이 자기 회사 이익에 직결이 되는 내용임을 잘 알면서도 개인 영업처가 끊기는 것을 우려하여 거래선의 이런저런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려 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부사장조차 오너에게 보고 없이 거래선 요구를 수용했다가 오너에게 큰 질책을 받았다는 사례도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회사 매출은 껍데기만 남고 손익은 악화된다.

둘째, 부실채권이 많다. 회사가 영업을 하여 외형매출을 올려도 발생된 채권을 적기에 현금화하지 못하면 부실채권으로 남는데 그 금액이 과도하면 회사 내 현금 부족으로 인한 "흑자도산"에 직면한다. 이렇게 부실채권이 생기는 원인은 거래선의 급격한 경영악화에도 이유가 있지만 대개 발생된 매출에 대해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현금화 노력을 안 하기 때문이다. "회사 돈은 자기 돈이 아니다"라는 심층 무의식이 직원으로 하여금 채권 회수 활동을 소홀하게 만드는 것이다. 직원들의 이런 속성을 잘 아는 현명한 경영자는 영업실적이 부진한 직원은 용서할지언정 채권회수 노력을 게을리한 직원에게는 징계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한다.

셋째, 계약서 관리가 안 되어 있다. 계약서는 개인 차원이든 회사 차원이든 중요한 문서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기업은 자기들이 어느 회사와 무슨 계약들을 맺고 있는지 전체 현황조차 파악이 잘 안 되어 있을 뿐 아니라 개별 계약서 내용을 보면, 계약 일자도 적혀있지 않고 심지어 계약 관행을 넘어서는, 회사에 명백히 불리한 내용이 담겨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직원들이 상대방 회사가 보내온 계약서 초안에 대한 법률검토나 수정 없이 자기 회사 도장을 찍어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직원 개인이 남과 계약(가령 집 매매계약)을 맺었다면 자기 계약서를 그렇게 허술하게 취급했을까?

위에서 말한 단가 및 비용, 매출채권, 계약서 관리는 회사의 경영실적과 권리의무를 좌우하는 경영의 중요 요소이기도 하다. 결국 직원들의 주인 의식과 회사 경영의 안정성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따라서 직원들이 자칫 "월급쟁이 의식"에 빠져 위 체크포인트들을 소홀히 하고 있는지를 잘 들여다봄으로써 회사 경영부실을 방지하고 이에 대해 항상 경각심을 갖도록 주의를 주는 것이 추상적인 "주인의식" 강조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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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오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