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 등록제 폐지…영문공시 단계 의무화

1992년 주식 투자 허용하면서 종목한도 관리 위해 도입했으나 '낡은 규제'로 꼽혀 모니터링 필요시 주요 투자자의 투자 동향 사후적으로 분석 가능한 체계 갖추기로

2023-01-24     이코노텔링 김승희기자

30년 넘게 유지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 지적돼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가 폐지된다. 또한 상장법인의 영문 공시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을 24일 발표했다.

외국인 투자등록제는 국내 상장 증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금융당국에 인적 사항 등을 사전 등록해야 하는 제도다. 이는 1992년 외국인에게 국내 주식 투자를 허용하면서 종목별 한도 관리를 위해 도입됐다. 기간산업에 속하는 33개 종목을 제외한 일반 상장사에 대한 한도 제한이 폐지된 1998년 이후에도 유지돼왔다.

이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 없는 것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규제' '낡은 규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기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지난해 시장의 접근성을 가로막는다며 지적한 9개 항목 중 하나다.

이에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을 통해 연내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사전 등록 절차 없이 국내 상장증권 투자가 가능해진다. 개인은 여권번호로, 법인은 LEI 번호(법인에 부여되는 표준화된 ID)를 이용해 계좌 개설 및 관리를 하게 된다.

금융위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해도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가 제공하는 거래 내역을 활용하면 종목별·국적별·기관유형별 통계는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외환 관련 모니터링은 필요시 주요 투자자의 투자 동향을 사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기간산업에 해당하는 33개 종목에 대한 외국인 취득 한도 관리도 거래소 제공 내역으로 취득 한도를 초과하는 주문은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외국인 통합계좌(다수 투자자의 매매를 단일 계좌에서 통합 처리할 목적으로 글로벌 운용사 명의로 개설된 계좌)를 활성화하기 위해 결제 즉시 투자 내역 보고토록 한 의무도 폐지한다. 투자 내역 보고 의무를 폐지하는 대신 통합계좌를 개설해준 증권사가 세부 투자 내역을 관리해야 한다.

통합계좌는 투자 내역 보고 의무 때문에 활용도가 떨어져 2017년 도입 이후 활용된 사례가 없다. 금융당국은 필요할 경우 최종투자자 투자 내역을 요구하고, 이에 증권사들이 불응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 제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할 방침이다.

상장법인으로 하여금 시장에 필요한 중요 정보를 영문으로 공시토록 하는 제도가 의무화된다.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내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2026년부터 영문 공시를 해야 한다.

현재 영문 공시는 시스템에 의한 영문 자동 변화, 기업의 자율적인 영문 공시 제출에만 의존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 정보 접근성이 제한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국제기준에 맞춰 국내 자본시장의 투자환경이 개선되고 편의성이 증대돼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