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조건끼리 결혼' 적어 그나마 소득 불평등 낮춰"

한국은행 보고서…소득 동질혼 비중 OECD국가 중 최하위 고소득男-비취업女, 저소득男-중위소득 이상 女 결혼 빈번

2023-01-19     이코노텔링 곽용석기자

한국은 남편과 아내의 소득 수준이 비슷한 '소득동질혼' 경향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이것이 1인 가구·한부모 가구 비중이 낮은 것과 맞물려 가구소득의 불평등 수준을 10%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 박용민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차장·허정 금융안정국 안정분석팀 조사역은 19일 '소득동질혼과 가구구조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 국제 비교를 중심으로' 보고서(BOK 경제연구)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부가구 남녀의 근로소득을 10분위로 쪼갠 뒤 남녀의 소득분위가 비슷한 소득동질혼 지수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1.16배로 주요 34개국(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대만) 중 가장 낮았다. 일본은 1.32배, 미국 1.50배, 영국 1.71배, 프랑스는 1.19배였다. 한국을 제외한 분석 대상 33개국의 소득동질혼 평균 지수는 1.60배였다.

소득동질혼 지수는 1배에 가까울수록 남녀가 무작위로 만나 가구를 형성하는 사례가 많다는 뜻이다. 근로소득이 유사한 남녀가 결혼하는 경우가 많을수록 1배보다 커진다.

보고서는 한국에 소득동질혼이 적은 이유로 "한국에서도 전문직과 대기업 직원 등 고소득 남녀 간 결혼이 있지만, 고소득 남성과 비취업·저소득 여성 간, 또는 저소득·비취업 남성과 중위소득 이상 여성 간의 결혼 등 이질적인 결혼이 주요국보다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한은 연구팀이 주요국 가구소득 형성 단계별 지니계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개인 근로소득 지니계수는 0.547로 주요국 평균(0.510)보다 높았으나 가구 근로소득 지니계수는 0.361로 주요국 평균(0.407)보다 낮았다. 지니계수는 소득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높다는 의미다.

고소득 개인과 저소득 개인이 만나 중간소득 가구를 형성하면 개인 단위의 소득 불평등에 비해 가구 단위에서 소득 불평등이 완화되는 것을 '가구 내 소득공유 효과'라고 한다. 한국의 가구 근로소득 지니계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는 것은 가구 내 소득공유 효과가 주요국보다 컸다는 뜻이다.

한은 연구팀은 "우리나라는 소득동질혼 경향이 주요국보다 약한데다 주요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1인 가구·한부모 가구 비중에 힘입어 가구 구조도 불평등 완화에 유리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한부모 가구 비중도 2019년 기준 각각 14.7%, 4.0%로 주요국 평균(22.6%, 7.4%)보다 낮았다.

연구팀은 "우리나라의 소득동질혼 경향이 약한 이유로는 저소득 가구 보조금이 적어서 아내가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견, 고소득 남성은 경제활동에 전념하고 아내는 가사·육아에 전담하는 가구 내 분업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의견, 결혼 후 임신·출산 등으로 여성의 경력단절 때문이라는 의견 등이 있지만 검증된 가설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향후 소득동질혼 경향과 가구구조가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과 반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며 "노동시장 불평등을 줄이고 공적인 불평등 완화 기제를 갖춰 나가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