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기'로 전세보증금 80억원 편취

서울 강서와 양천구,인천 등 수도권 일대 다세대주택 628채 매입 제주서 숨진 빌라 임대업자 배후로 지목된 컨설팅 업체 대표 구속

2023-01-13     이코노텔링 곽용석기자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무자본 갭투기'로 다세대주택을 무더기로 사들여 전세보증금 수십억원을 편취한 일당 78명을 검거했다고 13일 밝혔다. 무자본 갭투기는 임대차 계약과 매매 계약을 동시에 진행해 자기 자본 없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신축 빌라 등의 매매대금을 충당하는 수법이다.

경찰에 검거된 이들 중 2021년 제주에서 숨진 빌라 임대업자 정모씨의 배후로 지목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신모씨와 또 다른 '빌라왕' 김모씨 등 2명은 구속됐다.

이들 78명은 2017년 7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인천 등 수도권 일대에서 다세대주택 628채를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매수해 임차인 37명의 전세보증금 80억원을 속여 빼앗은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신씨는 건축주 등 건물 소유자에게 매수인을 연결해주는 부동산 컨설팅업체를 차린 뒤 김씨와 공모해 신축 빌라 등 다세대주택 총 628채를 모두 김씨 명의로 매수했다. 경찰은 두 사람의 계좌 내역을 추적해 이 과정에 참여한 전세 컨설팅업체 관계자, 분양업자(브로커) 등 76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이들은 각각 매물 물색, 임차인 모집, 계약서 작성 등 역할을 분담해 전세·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매도인에게 분양·컨설팅 대가로 받은 수수료를 나눠 가졌다. 이들이 수수료 명목으로 취득한 불법 수익은 총 8억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이들이 컨설팅 수수료 등 리베이트 금액을 포함해 전세보증금을 부풀리고, 이 보증금으로 다세대주택을 매입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