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우디 국부펀드서 투자 유치
한-사우디 정상회담 이후 협상 급물살…콘텐츠기업 중 역대 최대 외국인 투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 등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12일 공시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하는 형태로 PIF가 6000억원 규모를, 싱가포르 유한책임회사 피랩인베스트먼트가 나머지 절반에 참여했다.
이는 국내 콘텐츠 기업의 역대 해외투자 유치 사례 중 최대 규모이자 카카오 계열사 내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다. 실제 투자액 입금은 2월 20일께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는 K-콘텐츠 산업의 미래와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다는 것"이라며 "카카오가 보유한 디지털 네트워크 노하우와 K-콘텐츠를 융합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리딩 컴퍼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7월부터 PIF 및 싱가포르투자청(GIC) 등과 접촉해왔다. 지지부진하던 투자 논의는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과 한국-사우디 정상회담으로 형성된 경제협력 분위기에 힘입어 급물살을 탔다. 거론된 투자금액도 사우디·싱가포르 각 4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유치를 이끈 배재현 카카오 투자거버넌스총괄 수석부사장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져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유수 국부펀드 등 해외기관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엔터 전 분야를 아우르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차별화된 IP 밸류체인의 글로벌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세계 시장에 증명했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는 투자 유치로 확보한 재원을 글로벌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1조2000억원 중 절반은 기존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는 운용자금으로, 나머지 절반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타 법인증권 취득(M&A)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카카오엔터는 "투자유치로 확보한 재원은 스토리, 미디어, 뮤직 등 각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영역에 투자해 글로벌 사업의 내실 있는 성장을 위한 토대를 갖출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일부 투자 재원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에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엔터는 이번 투자를 통해 미디어 부문에서 프리미엄 콘텐츠 기획, 제작에 역량을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뮤직 부문도 안정적인 국내 성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음악산업 내 영향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업계는 이번 투자유치를 카카오엔터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고 기업공개 계획을 서서히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IPO 추진은 이번 투자금을 언제쯤 다 쓰느냐에 따라 달렸지만, 올해 내로는 가능성이 없고 2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