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대출은 언감생심…가계대출 18년 만에 감소

통계작성 후 처음…신용대출 22.8조 급감하고 기업대출은 늘어 정기예금은 200조원이나 급증…2002년 집계 이후 역대 최대폭

2023-01-12     이코노텔링 김승희기자

금리가 상승하고 부동산·주식 시장이 부진하자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이 18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고, 정기예금에는 역대 가장 많은 돈이 몰렸다.

한국은행이 12일 내놓은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8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조6000억원 줄었다. 연간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년 동안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은 20조원 늘어난 가운데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22조8000억원 감소했다. 한은은 "금리가 상승한 가운데 가계대출 관련 규제가 지속되면서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내놓은 '가계대출 동향'에서도 은행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8조7000억원 줄었다. 이 또한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첫 감소 기록이다.

주택담보대출이 27조원 늘었지만, 기타대출은 35조6천억원 줄었다. 업권별로 은행권에서 2조7000억원, 제2금융권에서 5조9000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과 달리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지난해 12월 말 잔액이 1170조3000억원으로 104조6000억원 늘었다. 연간 대출 증가액이 2021년(89조3000억원)보다 15조원 넘게 많을 뿐 더러 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107조400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은행의 지난해 12월말 수신(예금) 잔액은 2243조5000억원으로 107조4000억원 늘었다. 정기예금이 200조1000억원 급증한 반면 수시 입출식예금은 104조9000억원 빠져나갔다. 가계의 여유자금이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기예금 증가 폭은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20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