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뛰자 금융자산 44%가 예금통장으로
작년 3분기 기준 주식은 18%로 줄어…여윳돈 1년 새 7조원 감소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주식·부동산 시장이 부진하자 가계가 대출을 줄이고 여윳돈을 은행 예금에 넣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이와 달리 기업의 경우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운전자금이 늘어나자 더 많은 돈을 금융기관에서 빌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5일 내놓은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순자금 운용액은 2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3분기(33조9000억원)와 비교해 1년 새 7조4000억원 줄었다.
순자금 운용액은 경제주체의 해당 기간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것이다. 통상 가계는 순자금 운용액이 양(+·순운용)인 상태에서 여윳돈을 예금이나 투자를 통해 순자금 운용액이 대체로 음(-·순조달)의 상태인 기업·정부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한은은 3분기 가계 여윳돈(순자금 운용액)이 감소한 데 대해 "일상 회복과 함께 대면서비스 중심으로 소비가 늘면서 가계가 금융자산으로 순운용한 규모는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민간소비 지출은 1년 전보다 10.9% 늘었다.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3분기 가계의 전체 자금 운용 규모(37조6000억원)도 1년 전(84조1000억원)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자금 운용을 부문별로 보면 가계의 국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4조2000억원)가 직전 분기(18조9000억원)나 2021년 3분기(24조6000억원)와 비교해 급감했다.
투자펀드를 제외하고 가계는 지난해 3분기 국내외 주식을 5조6000억원어치 사들였는데, 이는 전년 3분기(27조7000억원)보다 22조1000억원 적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가계의 장기(만기 1년 초과) 저축성예금은 1년 사이 19조7000억원에서 37조원으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2021년 2분기 21.6%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던 가계 금융자산 내 주식·투자펀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17.9%로 하락했다. 반면 예금(43.6%) 비중은 1년 전(40.7%)이나 직전 분기(43.1%)보다 높아졌다.
아울러 가계는 지난해 3분기 총 11조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조달액이 1년 전(50조2000억원)보다 39조2000억원 줄었다. 자금조달액의 대부분은 금융기관에서 빌린 차입금(대출)이었다. 대출도 2021년 3분기(49조4000억원)와 비교해 급감했다. 한은은 "대출금리 상승, 대출규제 지속 등으로 예금 취급기관 대출금을 중심으로 가계의 자금조달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금융 법인기업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순조달 규모가 61조7000억원으로 1년 전(26조4000억원)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이 같은 기업의 순조달 규모는 같은 기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그만큼 기업이 많은 자금을 끌어 썼음을 보여준다.
금융기관 차입이 47조7000억원에서 57조7000억원으로 10조원 증가한 영향이 컸다. 한은은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 기업들이 대출 중심으로 자금 조달 규모를 늘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