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움직이나…금융완화책 '숨고르기'

장기금리 상한 0.5%로 인상…물가 상승·엔저에 사실상 금리 올린셈 엔화도 강세 전환…도쿄증시는 2.46% 하락해 2개월 만의 최저 수준

2022-12-20     이코노텔링 장재열기자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융완화 정책을 전격적으로 일부 수정해 사실상 장기 금리를 인상했다. 그 여파로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의 주가가 급락하고 엔화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등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교도통신과 일본경제신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단기금리는 시장의 예상대로 -0.1%로 동결했다. 그러나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되 변동 폭을 기존 '± 0.25% 정도'에서 '± 0.5% 정도'로 확대해 이날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3월 장기금리 변동 폭을 ±0.2%에서 ±0.25%로 넓힌 후 1년 9개월 만에 변동 폭을 확대했다.

일본경제신문은 장기 금리가 그동안 변동 폭 상한선(0.25%)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사실상 금리인상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급격한 엔저(엔화 약세)로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계와 기업이 타격을 받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엔화는 통화긴축에 나선 주요국 중앙은행과 달리 일본은행이 금융완화·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약세를 보여왔다. 미국과 일본 간 금리차 확대로 엔·달러 환율은 지난 10월 21일 달러당 151엔대 후반까지 올랐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선을 넘은 것은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이다.

이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일본은행도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할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당 130엔대 중반으로 하락했다.

엔저로 에너지와 원자재 등 수입물가에 부담이 커지면서 일본의 10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 오르며 40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일본은행이 목표로 삼은 물가상승률 2%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교도통신은 "대규모 금융완화는 경기를 살리는 것이 목표였으나, 엔저와 역사적 고물가를 유발하는 등 폐해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날 일본은행의 발표 뒤 장기 금리는 오후 한때 0.460%까지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37엔대에서 8월 이후 최저치인 132엔대로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는 장중 약 3% 급락했다가 만회해 전날보다 2.46% 떨어진 26568.03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10월 13일 이후 2개월여 만의 최저 수준이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의 주가도 하락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시스템 붕괴 우려까지 겹친 중국에서는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가 각각 1.07%, 1.20% 하락 마감했다. 한국 코스피는 0.80%, 대만 자취안지수도 1.82%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일본경제신문은 "일본은행이 사실상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외국과 금리차가 줄어들고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