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깨고 집 사들인 3만명 '아뿔싸'

중도 인출자 10명 중 8명 " 주택 구입 비용 대고 전세 보증금 내려고 " 중도해지 요건 강화해 인출금은 줄어…중도 인출자는 30·40 대다수

2022-12-19     이코노텔링 김승희기자

지난해 집값이 최고점에 이르렀을 무렵 내 집을 마련하거나 전세 자금을 대기 위해 퇴직연금을 당겨 쓴 사람이 3만명에 이르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 집을 구매한 경우다.

통계청이 19일 내놓은 '2021년 퇴직연금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 인출 인원은 5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20.9% 감소했다. 인출금액은 전년보다 25.9% 적은 1조9000억원이었다.

통계청은 "퇴직급여법 개정으로 중도 인출 요건이 강화돼 중도 인출 인원과 금액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택 구입 목적으로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사람은 3만명(54.4%)으로 1년 전보다 1.8% 많았다. 전체 중도 인출 인원이 20% 넘게 줄어든 가운데 집을 사기 위해 연금을 깬 경우는 오히려 늘어났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이래 주택 구입 목적 중도 인출 인원은 역대 최대였다. 이들의 중도 인출 금액은 1조3000억원에 이르렀다.

전세 보증금 등 주거 임차 목적으로 연금을 중도 인출한 경우도 1만5000명(27.2%)으로 집계됐다. 결국 퇴직연금 중도 인출자 10명 중 8명(81.6%)은 주택·주거 때문에 연금을 미리 당겨 썼음을 보여준다. 이 밖의 연금 중도 인출 사유는 회생 절차(12.9%), 장기 요양(4.2%) 의 순서였다.

연령별로 보면 퇴직연금 중도 인출자는 30대(45.1%)와 40대(31.0%)가 대다수였다. 특히 20대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주택 구입 목적의 중도 인출이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