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CEO 스토리] ㊤'금융 쇼핑' 개척한 이혜민 핀다 공동대표
고객이 금융사의 금리 조건을 확인한 후 대출 신청 · 실행까지 비대면 서비스 지난해 핀다가 중개한 대출 금액 2조 4599억 원 … 1년 새 538% 증가 '기염' STX전략기획실서 사업에 눈떠 샘플 화장품과 유아용품 배송업체 창업 경험
핀테크 기업 '핀다'는 금융 소비자와 금융사 사이에서 대출 중개 등을 하는 원스톱 대출 플랫폼이다. 대출 비교 플랫폼 1호이자 국내 최대 규모이다. 지난 2년 10개월 간 분기 평균 2.5배씩 꾸준히 성장했다. 대표 상품은 2019년 선보인 대출 비교 서비스. 고객이 금융사의 금리 조건을 확인한 후 대출 신청·실행까지 비대면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핀다는 2015년 이혜민 공동대표가 창업했다. 지난 8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횟수 300만 회를 넘겼고, 월간 활성 사용자는 75만 명에 육박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배가량 성장했다.
지구적인 고금리 탓에 대출 이자에 대한 금융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지난 11월 2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0.25%포인트 올렸다. 사상 처음인 올 들어 여섯 번째이고, 0.25%나 올랐는 데도 고금리 시대이다 보니 베이비 스텝이라고 부른다. 금리 변동이 심할수록 대출 상품 비교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런 환경에서 핀다는 지난 3월 지능형 대출통합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8개월 만에 사용자가 2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핀다가 중개한 대출 금액은 2조4599억 원으로 1년 새 538%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3개 이상의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가 500만 명 가까이 된다. 핀다는 지난 5월 대출 환승 이벤트를 실시했다. 대부업체를 제외한 금융사에서 금리가 10% 이상인 대출을 받은 신용점수 600점 이상의 고객이 대상이었다. 1차 이벤트 때 2만여 명이 몰렸고 참여 자격을 충족한 참가자의 약 14%가 평균 5.8%포인트 낮춰 대출을 갈아탔다.
이 대표는 "고금리 시대엔 더 저렴한 대출로 갈아타야 하고 이를 위한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엔 대출은 안 좋은 것이란 인식이 있고, 자신이 선택한 대출 상품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대출 조건이 어떤지, 매월 이자를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 소비자로서 알아야 하고 더 유리한 조건의 상품이 있는지 주기적으로 체크도 해야 합니다. 핀다는 고객에게 이런 정보를 제공할뿐더러 고객의 신용 점수 및 관련 정보, 현금 흐름에 대한 대출 조건의 영향 등을 알려주죠."
핀다는 1984년생인 이혜민 대표가 네 번째 창업한 회사다. 그는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한 후 STX지주회사 신사업전략기획실에서 일했다. 그 후 샘플 화장품 정기 배송 서비스 '글로시박스', 유아용품을 정기 배송하는 '베베앤코'를 창업했고 한때 건강관리 서비스 눔(Noom)의 한국법인 대표를 맡기도 했다.
핀테크는 코로나19 수혜 업종이고, 핀다는 수혜 기업이다. 이 대표는 그러나 코로나 이전 핀다를 창업할 당시에 이미 소비자들은 은행 서비스의 비대면화를 바랐다고 말했다.
"비대면 은행 서비스에 대한 금융 소비자의 수요가 저변을 넓혔다고 할 수 있죠. 2019년 금융 규제 샌드박스 제도 도입 후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되면서 핀다가 물을 만난 셈이죠."
이 대표를 올해 '차세대 리더 100'으로 뽑은 시사저널은 "금융계가 대출금 상환의 의지가 있는 중저신용 고객의 상환 능력을 키워 부실화를 막고 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핀다가 창출했다고 평가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핀다는 고객에게 최적화된 조건의 금융 상품을 추천하는 온라인프라이빗 뱅커를 지향하지만 자산관리가 아니라 고객의 현금 흐름 관리를 목표로 합니다. 금융 소비자가 가장 우려하는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직장인은 물론 개인사업자 등 자영업 하는 고객의 금융 상품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한 데이터 분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토스, 카카오페이 등도 대출 비교 서비스를 제공한다. 핀다는 자체 금융기관이 없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과 달리, 핀다는 금융사들과 협업해 시너지를 내는 가치 중립적 플랫폼입니다. 금융 계열사나 관계사가 있는 핀테크 플랫폼의 경우 구조적으로 다른 금융사와 경쟁을 할 수밖에 없어요. 반면 핀다는 자체 금융사가 없고 데이터로만 소통하는 플랫폼이라 객관성을 추구하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대출 상품을 금리순·한도순으로 정렬해 보여주죠."
금융도 쇼핑하는 시대를 핀다가 본격적으로 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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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중앙일보 경제부를 거쳐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월간중앙 경제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ㆍ포브스코리아 경영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전문기자 등을 지냈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에게 배워라-대한민국 최고경영자들이 말하는 경영 트렌드>, <CEO를 신화로 만든 운명의 한 문장>, <아홉 경영구루에게 묻다>, <CEO 브랜딩>, <한국의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공저) 등 다섯 권의 CEO 관련서를 썼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잡지교육원에서 기자 및 기자 지망생을 가르친다. 기자협회보 편집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로 있었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초빙교수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