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3억원짜리 59㎡ 아파트 나온다
SH공사, 고덕강일에 500가구 공급추진…건물만 분양해 시세 3분의 1가격으로
서울에서 전셋값보다 저렴한 3억원대 아파트가 공급된다.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아파트'로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에 건설되며, 연내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사전 예약을 받는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고덕강일지구에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아파트를 내놓을 계획으로 이르면 연내 사전 예약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상 분양가는 전용 59㎡ 기준 3억5000만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6일 '청년·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50만호 공급' 계획을 통해 5년간 공공분양 5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공 분양은 나눔형(25만호)·선택형(10만호)·일반형(15만호) 등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이 중 나눔형(시세 70% 이하 분양, 시세차익 70% 보장)의 첫 대상지인 고덕강일지구 3단지 500가구를 SH공사가 토지임대부 아파트로 공급하기로 했다.
SH공사가 이날 공개한 고덕강일 8단지의 분양 원가는 전용 59㎡ 기준 3억717만원이다. 이중 건물 가격은 1억9000만원이다. 14단지의 분양 원가는 3억2649만원, 건물 가격은 2억원이다.
김헌동 사장은 "새롭게 들어서는 아파트는 건물 가격이 3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기에 SH공사의 수익을 포함해 3억5000만원 내외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종 가격은 아파트가 지어진 뒤 바뀔 수 있지만 공개된 예상 가격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김 사장은 덧붙였다. 인근 강동리버스트 4단지 전용 59㎡의 매매 호가는 10억원, 전셋값은 4억∼5억원대다.
김 사장은 "분양가를 낮추면서도 아파트 품질은 강남구 도곡동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인 '타워팰리스' 수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SH공사가 짓는 모든 아파트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게 잘 지을 것"이라며 "그래야 민간도 경쟁적으로 잘 짓고 민간과 공공이 경쟁하듯 건물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H공사는 지난 15년간 아파트를 대부분 지어놓고 분양하는 후분양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예정 분양가격으로 사전 예약을 받기로 했다. 예약금은 없으며, 건물이 거의 완공된 뒤 예약자가 원하지 않으면 불이익 없이 취소할 수 있다.
예약은 19세 이상 무주택자 누구나 가능하다. 청약통장이 필요하지만, 예약을 취소해도 추후 청약 등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는 빌려주는 개념으로 토지 임대료를 내야 한다.
김 사장은 토지 임대료 부담에 대해 "매달 받기보다는 10년이나 50년 치를 선납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며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책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SH공사는 서울시,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자체 보유한 34개 단지에서 토지임대부 아파트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SH공사는 고덕강일, 마곡, 위례 등에 1200세대 규모 단지 34개를 보유하고 있다"며 "(그 중 연한이 도래한 아파트를) 재건축하면 토지는 필요 없고 건물 층수만 높아지니 그 건물을 분양하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