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파워 호주! 고민과 선택] ⑥안보에 '자원외교' 활용

일본과 급속히 가까워져…지난 22일 日기시다 총리 호주 방문해 '대중국 공동전선' 구축 두 나라 희토류 등 자원 협력강화 합의 … 경제 성장률 3.75%로 거시경제 지표도 탄탄해

2022-10-31     【멜버른=성태원 편집위원 겸 순회특파원】

호주의 근로자·서민들은 물론 많은 호주 기업들도 최근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인력 부족이 심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기·가스료가 올라 동력비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특히 애를 먹고 있다.

강 달러 현상도 수입에 의존하는 호주 기업들에겐 악재다. 환차손은 엄청나게 늘어나는데 국내 가격은 쉽게 올리지 못해 고민이 많다고 한다.

기업들은 인플레와 금리 인상, 미 달러화 강세 등으로 올해도 올해지만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데 더 큰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건설업체들의 경우 자재값 앙등으로 내년 공사용 자재 발주에 큰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도 불구하고 광산물 원자재 및 농업 강국인 호주의 국제적 위상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이 원자재 대국인 호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호주로 26년 전 이민 온 교포 사업가 A(70)씨는 "일본의 경우 원자재 대국 호주와 굉장히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22일 수도 캔버라가 아닌 서호주의 중심도시 '퍼스(Perth)'에서 일본 기시다 총리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정상회담을 가진 것도 일본의 원자재 외교의 일환으로 풀이했다. 퍼스는 광업으로 지역 경제가 유지될 정도로 호주에서도 손꼽히는 광산물 생산지에 속한다.

이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15년 만에 안보 공동선언서를 채택했다. 군사적인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에 대응해서 상호 협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또 양국 정상이 안보 선언 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격이 급등한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희토류 등 에너지·자원 분야의 협력을 진전시키기로 한 점도 주목을 받았다.

호주 경제의 강점은 큰 대륙 하나를 통째로 국토로 삼고 있는 만큼 광산물과 농산물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1차 산업(농업, 광업) 및 3차 산업(금융, 서비스) 비중이 큰 전형적인 선진국형 산업구조다. 상대적으로 제조업은 취약해 수입 의존도가 높고 국제경쟁력도 낮은 편이다.

일례로 호주 내 자동차업체였던 HOLDEN(호주 국적 차)과 포드, 토요타 등 세 군데가 모두 문을 닫아 호주에는 자동차 제조사가 없다. 수많은 관련 부품 업체들이 모두 문을 닫거나 업종을 변경했다.

또 중공업체가 잘 없고 석유화학업종도 정유회사를 빼면 찾아보기에 힘이 든다. 다만 관광 및 유학산업, 금융 등 서비스 산업 등은 국제경쟁력이 꽤 높고 강한 편이다.

교포 사업가 A씨는 "호주인들에게 먹고 사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유가 있으며 살기 위해 그렇게 치열하게 움직이진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과 같이 국토가 좁고 자원도 없는 나라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과 비교가 된다는 얘기다.

땅을 파면 무궁무진하게 광산물이 나오고 넓은 국토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도 많아 기본적으로 풍요한 마음을 지닐 수밖에 없다는 것. 광활한 국토에서 나오는 자원을 2600만이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가 나누고 있으니 현재나 미래 경제를 낙관할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한국 외교부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호주 면적은 769만㎢로 한반도의 35배이며, 세계 6위다.

이처럼 호주인들은 국토의 덕을 많이 봐서 그런지 기후변화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등 자연을 엄청나게 챙기는 나라라는 얘기도 들었다. 자연을 많이 챙기다 보면 전통적인 공업생산력은 상대적으로 약화 되는 경우가 많은데 호주도 그런 경우에 속하는 것 같았다.

코로나19 회복 국면에서 근로자와 서민들의 체감 경제가 나빠진다는 얘기와는 달리 호주 거시경제 지표는 그리 나쁘지 않다. 2021년 기준 호주 1인당 국민 소득은 5만 6760달러(한국 3만4980달러)로 세계 10위 정도다.

최근 호주 정부가 밝힌 2021∼2022 회계연도(2021년 7월∼2022년 6월) 경제성장률은 3.75%로 코로나 국면을 감안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수치다. 2022∼2023 회계연도 성장률은 3%로 전망하고 있다. 2020년 3분기 V자형 성장세로 전환한 후 2022년 위드 코로나 정책 및 국내 경기 활성화를 통해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7월 7.5%까지 치솟았던 실업률도 하락세를 보이며 2021년 12월 4.2%까지 감소했다. 최근엔 3.5%까지 낮아지며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이 사회적 이슈가 돼 있을 정도다.

KOTRA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대(對) 호주 수출은 약 98억 달러, 수입은 약 329억 달러였다. 대(對) 호주 주요 수입품은 철광, 유연탄, 천연가스, 원유, 쇠고기, 동광, 금, 알루미늄괴, 아연광 등이다. 한국이 공업생산에 필요한 천연자원을 호주에서 많이 수입하다 보니 무역 역조는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의 대(對) 호주 주요 수출품은 경유, 승용차, 휘발유, 등유, 철도차량, 축전지, 의약품, 건설중장비, 아연도강판 등이다. 한국은 중국, 일본과 함께 호주의 3대 수출국이며, 한국은 호주의 8대 수입국이다. 호주가 중국에도 각을 세울 수 있는 것은 국토가 선사하는 풍부한 천연자원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호주 민족 구성비는 앵글로색슨 80%, 기타 유럽 및 아시아계 17.3%, 원주민 2.7%로 돼 있다. 종교는 기독교 67%, 무교 26%, 기타(불교, 이슬람교) 7%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