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뉴 삼성시대' ··· 회장에 올라 '글로벌 파고' 넘는다
이건희회장 2주기서 이회장"세상을 바꿀 인재 양성에 힘쓰고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오늘의 삼성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기업 꼭 함께 만들자"강조
'이재용의 삼성 시대'가 시작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0년 만에 회장직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27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경영 강화와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이사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평소 이사회 중심 경영을 중시해온 만큼 이사회 동의 절차를 거친 모양새다.
이에 따라 이재용 회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한지 10년 만에,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그룹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지 4년여 만에 공식 회장 직함을 달게 됐다.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한 지 2년 만이자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1년 만이다.
이건희 회장 타계 이후 사실상 그룹 총수로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해 왔지만, 공식적인 '삼성 회장'으로서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이사회가 밝혔듯 대외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재용의 삼성'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어떻게 신사업을 전개할지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지난 25일 고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아 사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고 강조했다. 재계는 이 회장이 '뉴 삼성'의 핵심 축으로 BBC(반도체·배터리·바이오)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삼성의 관련 투자와 경영 계획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관측한다.
이 회장은 사장단 간담회에서 인재와 기술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앞세워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는 의지를 다졌다. 그는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선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조직문화 개선과 사회공헌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장단 간담회에서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고,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회공헌에 대해서도 그는 "우리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 나아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날 별도의 취임 행사 없이 예정대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