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32년 만에 150엔 돌파
日정부"일본 상반기 무역적자 최대 기록"발표에 150엔 넘어서 뉴욕 월가 '보유 중인 미국채권 팔면서 세계금융시장 혼란 우려'
엔/달러 환율이 20일 끝내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온 150엔을 돌파했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넘어선 것은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기 직전인 1990년 8월 이후 32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영국 파운드화 위기가 가까스로 진정되자 일본 엔화 위기가 세계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등장한 모습이다.
교도통신과 일본경제신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후 4시40분쯤 장중 150엔을 돌파했다. 이날 새벽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149.91엔까지 급등했다는 소식에도 오전에는 일본 당국의 시장개입 경계심에 환율은 150엔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의 상반기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자 150엔을 뚫고 올라섰다. 일본 실물경제 약화가 엔저에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일본 재무성 발표에 따르면 올해 4~9월 상반기 무역수지는 11조75억엔 적자로 집계됐다. 수출이 49조5763억엔으로 전년동기 대비 19.6% 증가한 반면 수입이 60조5838억엔으로 44.5% 폭증한 결과다. 국제 원자재값 급등에 엔저가 맞물리면서 수입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돌파하자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엔/달러 환율이 145엔을 넘어섰을 때 20조원 규모 달러를 풀었으나 엔화가치의 추가 하락을 막는데 실패한 데서 보듯 일본 정부의 추가적인 시장 개입이 효과를 볼 지는 의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11월, 12월 기준금리를 추가로 1.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고했음에도 일본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티 등 외국계 은행들은 엔저가 계속 이어져 엔/달러 환율이 160엔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 하고 있다.
이럴 경우 일본이 달러화를 조달하기 위해 보유 중인 미국 채권을 내다 팔면서 세계 금융시장에 혼란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미국 뉴욕 월가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조2000억 미국달러 규모의 미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