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파워 호주! 고민과 선택] ③ 남쪽 섬에 나부끼는 기아, 현대차 깃발 보고 가슴 뭉클

멜버른 남부에 있는 태즈마니아 섬서 일본 차 아성 무너 뜨리고 자리 굳혀 지난해 23억 달러어치 국산자동차 호주에 수출 대 호주 수출액 23%차지 시드니 차이나타운에 ' KOREAN RED GINSENG '이란 정관장 매장 우뚝 KOREAN BBQ 레스토랑, 쌈(SSAM) 등 한국식당 앞엔 손님들 줄 서 있어

2022-10-04     【멜버른=성태원 편집위원 겸 순회특파원】

【멜버른=성태원 편집위원 겸 순회특파원】 다른 나라 깊숙한 곳에서 한국기업과 한국인을 만나는 일은 무척 가슴 설레는 일이다. 일종의 동포애 같은 것일 것이다.

필자는 호주에서 그런 경험을 하고 있다. 요즘 이코노텔링 순회특파원의 일원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나는 9월 14일 호주 남부도시 멜버른에 먼저 도착했고 사흘 뒤인 17일엔 멜버른 남부 태즈마니아란 섬을 찾았다.

우리나라 제주도 격인 이 섬의 크기는 남한만 하다고 했다. 지니고 간 여행 책자에는 '호주의 보물섬'이라는 주석이 달려 있었다.

멜버른에서 대형 훼리로 10시간 남짓(약 430㎞) 달려 이 섬의 북쪽 관문인 데본포트라는 항구에 도착했다. 작은 항구 도시인 이곳에 딱 하루 머무르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다녔다.

시내 어느 주유소 옆을 지나다 주유소 지붕 측면에 'KUMHO TYRE(금호타이어)-SPEEDY TIRES devonport'란 입 간판이 선명하게 보이는 게 아닌가. 지구 남반구 외딴(?) 섬에서 느닷없이 한국 기업 이름을 보니 얼마나 반가웠던지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으로 사진까지 찍었다.

그뿐만 아니다. 태즈마니아 섬 남부도시 호바트라는 곳에서는 깃발이 펄럭이는 기아 자동차 매장이 눈에 들어왔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다른 곳에선 현대자동차 사무실과 매장을 볼 수 있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일본 자동차가 많았는데 요즘은 한국 자동차가 많이 들어 온다는 얘기도 들었다.

KOTRA 자료를 보면 한국 승용차는 지난해 전년 대비 34.6%가 늘어난 23억 달러어치 상당이 호주로 수출됐다. 이는 2021년 대(對) 호주 수출액 약 98억 달러의 23%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 섬에 한국산 자동차 수입이 늘다 보니 국산 타이어도 따라 들어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드니, 멜버른 등 호주 유명 도시에서는 태즈마니아보다 길거리에서 더 많은 한국 가게와 한국인들을 볼 수 있었다.

시드니 중앙역 앞을 지나다 '하모니 마트'라고 한글로 가게 이름을 크게 달고 그 옆에 'Harmony Mart'라고 영어 이름을 작게 단 상점을 보았다. 시드니 중심가 타운홀 주변에 'TOM′S PROJECT'란 가게에는 한국 의류 제품들이 보란 듯 손님을 맞고 있었다. 또 '김선영 미용실' 입 간판과 가게도 봤다. KOREAN STYLE이란 안내문을 단 한국산 의류 가게도 있었다.

음식점도 가끔 보았다. 역시 타운홀 인근에 '시드니 김밥나라'란 큰 간판을 단 음식점이 눈에 띄었다. 인근 스시 가게에선 김밥도 팔고 있었는데 한국인 종업원을 만나 편하게 김밥을 사 먹을 수 있었다.

시드니 엘리자베스 스트릿에서는 '한국문화원'(KCCAU)이 한글 이름을 단 채 통유리 너머로 한국을 소개하는 영상물과 모형물을 갖추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 시드니 중앙역 직전 차이나타운을 찾았을 땐 'KOREAN RED GINSENG'이란 큼지막한 간판을 단 정관장 가게도 봤다. 한국인 여점원이 보이길래 "물건 잘 팔리냐"고 물으니 "잘 팔린다"고 답변했다.

시드니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을 찾았을 땐 긴급 피난처를 알리는 공공 안내판에 한글로 선명히 '피난 경로'라고 적혀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영어 등 8개 언어로 적혔는데 한글이 그중 하나를 차지했다. 시드니 시티투어 버스에서도 영어 등 8개 언어로 된 해설 서비스가 있었는데 한국어 서비스도 리시버를 통해 제공돼 한결 편했다.

멜버른 중앙역 인근 'LUSH'라는 비누제품류 가게에서는 워킹 홀리데이 방식으로 호주에 일하러 왔다는 여직원을 만났다. 멜버른 '서던 크로스 스테이션' 인근에선 '쌈(SSAM)'이란 한글 간판을 단 한국 식당을 봤다. 야채식 뷔페와 고기구이 메뉴를 파는데 점심때 손님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바로 인근에 'KOREAN BBQ 레스토랑'이란 한국 식당 간판도 눈에 들어왔다.

멜버른 번화가 스완스톤 거리에서도 한글 간판을 단 가게를 여럿 목격했다.

외교부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호주 교민은 약 16만 명(2020년 기준)에 이른다. 호주 전체인구 2,600만명의 약 0.6%를 차지한다. 호주의 한 교민으로부터 시드니에 약 10만여 명,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 등에 약 2만여 명, 멜버른과 퍼스, 애들레이드 등에 약 4만여 명의 교민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역시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인의 호주 방문자 수는 약 5만3000여 명, 호주인의 한국 방문자 수는 약 2만3000여 명에 이른다.

KOTRA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대(對) 호주 수출은 약 98억 달러, 수입은 약 329억 달러였다. 한국은 중국, 일본과 함께 호주의 3대 수출국이며, 한국은 호주의 8대 수입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