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감소와 대중국 역조 경기 위협"
KDI 보고서 "대외 수요 둔화하면서 경기 회복 기력이 약해지는 모습" 투자와 소비에도 경고등…소매판매 통계작성후 첫 다섯달 연속 감소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회복세가 약화되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수출액이 급감하고 대(對)중국 무역이 적자로 반전된 점이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지적됐다.
KDI는 7일 발간한 '9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서비스업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대외 수요가 둔화하며 경기 회복기력이 약해지는 모습"이라며 "글로벌 경기둔화의 영향이 파급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KDI가 '경기 회복세 약화'를 언급한 것은 6월 이후 석 달 만이다. 지난 6월 KDI는 전 세계 공급망 교란, 원자재 가격 급등 등 대외여건 악화를 이유로 '경기 회복세 약화'라고 진단했다. 이어 7∼8월에는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가 9월 들어 다시 부정적인 전망으로 돌아섰다.
KDI가 가장 우려한 점은 수출 둔화다. 8월 수출은 1년 전 대비 6.6% 늘어나는 데 머물며 7월(9.2%)보다 증가율이 낮아졌다. 특히 그동안 수출 증가세를 이끌어온 반도체 수출이 7.8% 줄어들며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8월의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가격 기준으로 30.5%에 이르렀다.
반도체 경기 냉각 조짐은 7월부터 나타났다. 7월 반도체 생산은 6월보다 3.4% 줄었고, 출하는 26.1% 급감했다. 가동률은 4월 고점(139.4) 대비 14.3% 낮은 119.5에 그쳤고, 출하 대비 재고 비율(재고율)은 6월 63.0%에서 7월 95.7%로 높아졌다.
KDI는 "반도체 수출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8.5% 하락해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의 경기하강은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세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반도체 재고가 쌓이면서 7월 전체 제조업 재고율도 6월보다 1.3%포인트 상승한 125.5%로 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게 올라갔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로의 수출 감소와 무역적자 발생도 향후 경기전망을 어둡게 한다. 대중(對中) 무역수지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으로 넉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수교 30년 만에 연간으로 적자 발생이 확실시되고 있다.
경기 흐름을 지탱하는 투자와 소비(소매 판매)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7월 설비투자는 운송장비와 기계류 투자가 줄면서 전월보다 3.2%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5년 이후 처음으로 전월 대비 기준 다섯 달 연속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