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장환의 스포츠 史說] 우상혁 성적 왜 꾸준한가
실력만 보면 현재 남자 높이뛰기 1인자는 카타르의 무타즈 에사 바심 도쿄올림픽서 2m 37cm를 뛰어 금메달 땄고 최고 기록은 2m 43cm 우상혁은 2m 35cm가 최고기록이며 2m 38cm를 넘는 게 현재 목표 올림픽4위 이후 출전 대회마다 호성적 거둬…지난 7월 세계랭킹 1위 세계 돌아다니며 시차ㆍ날씨ㆍ경기장 적응하기 위해 자기 관리 철저
우상혁(26)은 세계 1위인가, 2위인가.
우상혁은 지난해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서 자신의 최고기록과 한국기록을 경신하며 4위에 올랐다. 긍정적이고 자신 있는 태도로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 '스마일 점퍼'라는 별명도 얻었다.
우상혁은 이후 출전하는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며 지난 7월에는 세계육상연맹 랭킹 1위에 올랐다. 마라톤을 제외한 한국 육상선수가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우상혁이 처음이다.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재 남자 높이뛰기 1인자는 카타르의 무타즈 에사 바심(31)이다. 도쿄올림픽에서 2m 37cm를 뛰어 금메달을 차지한 바심의 최고기록은 2m 43cm이다. 반면 우상혁은 2m 35cm가 최고기록이다. 2m 38cm를 뛰는 게 목표다.
현재 모든 대회에서 바심과 우상혁이 우승을 다투며 '빅 2'를 형성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공동 금메달이었던 장마르코 탬베리(30·이탈리아)는 현저한 하향세다.
11일(한국시간) 모나코에서 열린 다이아몬드 리그에서 우상혁과 바심은 똑같이 2m 30cm를 기록해 '점프 오프'를 벌였다. 점프 오프는 높이뛰기의 연장전이다. 연장전에서 이긴 바심이 1위에 올랐다.
지난 7월 19일 미국 오리건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도 우상혁은 자신의 최고기록인 2m 35cm를 뛰어 2m 37cm를 넘은 바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런데 세계 랭킹에서는 왜 바심이 1위가 아니고, 우상혁이 1위가 됐을까. 세계 랭킹은 지난 12개월간 대회의 성적을 합산해 결정한다. 성적이 들쭉날쭉하거나 대회에 많이 참가하지 않은 선수보다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가 유리한 방식이다. 즉, 우상혁은 세계의 모든 높이뛰기 선수들보다 기복이 없이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냈다는 말이다.
모나코 대회에서 1위를 한 바심이 "우상혁은 최고의 선수"라고 치켜세운 것은 립서비스의 성격이 크지만, 꾸준하게 자신의 기록을 유지하는 실력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자신의 최고기록을 꾸준하게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연습 때는 가능하다.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을 반복해서 뛰다 보면 최고기록도 나오고, 비공인 세계신기록도 나온다. 하지만, 대회에서는 다르다. 경기 당일 컨디션도 다르고, 경기장도 다 다르다. 더구나 대회에서는 세 번의 기회밖에 없다. 세 차례만 실패하면 끝이다.
일년내내 자신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구나 슬럼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상혁은 아직 슬럼프가 없다. 세계 방방곡곡을 옮겨 다니며 시차, 날씨, 경기장 조건까지 다 적응해야 하는 선수들이 볼 때 우상혁은 최고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우상혁은 세계 2인자다. 그것만 해도 대단하다. 그러나 그가 정말 대단한 이유는 철저한 자기 관리와 꾸준한 실력 발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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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