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재=신냉전의 '중재역' 튀르키예(옛 터키)를 찾아서]⑤공존과 화해의 숨결
세계 5~6대 관광 대국답게 전 국토가 살아 있는 인류의 ' 야외 박물관 ' 방불 537년 비잔틴 전성기때 세워진 '성 소피아 성당'은 기독교와 이슬람의 성지 에르도안의 평화와 중재 노력, 서로 다른 문화 끌어 안는 '역사적 배경' 한몫
튀르키예는 세계 5~6대 관광 대국답게 전국에 걸쳐 찾아볼 곳이 많다. 전 국토가 살아 있는 인류의 야외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곳곳이 유적, 유물 천지다.
이스탄불만 해도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출발해 오리엔트~그리스~로마~비잔틴~이슬람에 이르는 인류 5천 년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문화인류학자들은 곧잘 튀르키예를 "인류 역사와 문명이 압축된 땅" "신화와 성서의 무대, 이슬람이 숨 쉬는 땅"이라고들 규정한다.
강대국 오스만 제국의 후예라 각종 유물을 갖춘 세계 굴지의 박물관도 수없이 많다. 유서 깊은 종교 건축물도 즐비하다. 지중해, 흑해 등을 낀 반도국으로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도 흔하다.
동서양이 융합해 탄생시킨 독특한 문화와 음식도 전 세계의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데 일조한다 (연 5천만~1억 명). 러시아, 독일 관광객이 상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한국 관광객 숫자는 아직 축에도 못 낀다고 들었다.
최근 2년여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관광객 감소를 피하지 못했으나 올들어 회복세를 타고 있다고 했다. 팍팍해진 살림이 나아지길 고대하는 튀르키예인들에게 관광객 증가는 무척 반가운 일일 것이다.
나는 지난 7월 중순 이스탄불~앙카라~카파도키아~안탈리아~파묵칼레~에페소 등을 버스로 다니며 나름대로 관광 명소 여러 곳을 감상했다. 소감은 한마디로 "훌륭하다"였다.
날씨가 이미 여름에 접어들어 땡볕과 습기, 고온(남부 지중해 쪽은 35℃ 상회) 등으로 다소 힘들었지만 새로운 관광지를 접하는 즐거움이 더 컸다.
이스탄불에서는 성 소피아 성당, 블루 모스크(술탄 아흐메드 모스크), 톱카프 궁전, 돌마바흐체 궁전, 보스포루스 해협 등을 둘러봤다. 탁심 광장과 인근 이스티크랄 거리, 갈라타 다리 등도 찾았다.
6세기(537년) 비잔틴 제국 전성기때 완공된 성 소피아 성당은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라고 했다. 916년은 교회로, 481년은 모스크로 쓰였는데 거대 두 종교(기독교-이슬람)가 이뤄낸 공존과 화해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신냉전 시대를 맞아 화해와 평화 중재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역사, 문화적 배경이 한몫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성 소피아 성당 맞은편의 블루 모스크(술탄 아흐메드 모스크)는 보수 공사 중이었다. 잠시 내부와 천장을 살펴보고 나왔는데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얘기가 빈말이 아닌 것 같았다. 1616년 완공됐으며 성 소피아 성당을 승계, 발전시킨 것이라고 했다.
박물관으로 쓰이는 톱카프 궁전도 성 소피아 성당 바로 인근에 위치한다. 그리스, 로마 등 유럽 문화유산이 아닌 6백 년간 세계를 호령한 오스만 제국의 유산이란 점에서 튀르키예인들이 특히 자부심을 느끼는 곳이라고 들었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안에 들어가서도 봤지만 보스포루스 해협 관광선을 타고 가면서 외부 전경을 감상하기도 했다. 오스만 제국이 힘을 잃어 가던 후기 술탄들과 공화국 튀르키예의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사용했던 유서 깊은 궁전이다.
보스포루스 해협에서는 2016년 한국(현대건설, SK건설)과 튀르키예 업체가 컨소시엄으로 건설해 유명해진 제3 대교도 볼 수 있다. 에르도안의 치적 중 하나로 꼽힌다.
갈라타 다리는 야경이 멋진 이스탄불 관광 명소이다. 탁심 광장(광화문 격)~튀넬 간 3㎞에 걸쳐 있는 이스티크랄 거리도 우리의 명동과 인사동에 비유되는 유명한 곳이다. 7월 17일 일요일 오후 이곳을 찾아 거리 산책과 쇼핑을 했고 이 구간 전용 빨간색 트램도 탔다. 거리 인파가 수천 명은 족히 돼 치어 죽는 줄 알았다.
중부 도시 카파도키아는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곳이다. 완벽하게 숨겨진 초기 기독교 지하도시 데린구유, 거대한 버섯바위 군락지인 파사바 계곡, 이 지역 최고봉의 기이한 성채 우치히사르 등을 찾았고 열기구 비행도 즐겼다.
숙소에서 새벽 4시에 나와 타본 열기구 관광은 압권이었다. 튀르키예는 열기구로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카파도키아를 제일로 쳐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바람, 비 등 일기 상태를 엄격히 적용하기 때문에 예약해도 실제 탈 확률은 60~70% 정도라고 했다.
전날 자기 전만 해도 "확률 반반"이라고 들었는데 운 좋게도 탈 수 있었다. 새벽 미명을 틈타 수십 채의 열기구들이 연이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壯觀)이었다. 1시간 비행 요금은 210유로(약 28만 원)였다.
남부 지중해 휴양도시인 안탈리아에서는 고(古) 시가지와 칼레이치 항구, 아타튀르크 광장과 인근 이블리탑 등을 관광했다. 해발 2,365m의 올림푸스산 정상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주변 경관을 즐겼다.
예부터 목화와 휴양지로 유명했던 도시 파묵칼레(목화의 城)에서는 로마 시대 온천 휴양지 히에라폴리스란 곳을 찾았다. 2~3세기 로마 왕족이나 귀족들이 휴양차 즐겨 찾았던 온천 도시였다. 무척 더운 날씨였지만 따뜻한 온천물에 족욕을 했다.
로마 시대 유명도시로 서부 에게해에 인접한 에페소에서도 많은 곳을 찾았다. 인간과 신이 함께 숨 쉰다는 이곳에서 원형 극장과 셀수스 도서관, 하드리아누스 신전, 공중목욕탕 등을 둘러봤다. 약 2천 년 전 기독교 사도 바울이 전도에 무척 공을 들였던 도시로도 유명하다.
튀르키예는 관광 대국답게 가는 곳마다 여행객의 구미를 돋우는 유적과 유물, 자연경관, 농산물, 음식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민족적 자부심이 강한 튀르키예 사람들의 몸에 밴 친절이 마음을 끌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