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기준금리 동결…금리인하 소수 의견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실물경제 지표의 부진 영향

2019-05-31     곽용석 이코노텔링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 1.75%로 동결됐다. 그러나 만장일치가 아닌 금융통화위원 1명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한은이 머지않은 시점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1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1.50%에서 1.75%로 인상된 이후 올해 상반기에 4차례 열린 회의에서 계속 동결됐다.

기준금리 동결 배경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꼽힌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인상하고 주력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봉쇄에 나서자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맞설 태세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우려에다 세계 주요국 경기도 한풀 꺾임으로써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한은 안팎의 시각이다.

수출과

수출과 고용 등 국내 경제지표가 여전히 부진한 점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한 요인이다. 수출은 양대 축인 반도체와 중국 시장이 흔들리면서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취업자 증가폭도 4월에 다시 20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실업률은 4월 기준으로 19년 만에 가장 높았다.

경제 활력 둔화로 성장률이 1분기에 전분기 대비 -0.3%를 기록하고, 각 기관이 올해 전망치를 2% 초반대로 낮추는 마당에 금리인상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국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는 오히려 인상보다 인하에 무게가 실리는 게 현실이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에 놓인 한은의 금리 조정은 하반기로 넘어가게 됐다. 다음 회의는 7월 18일이다.

금통위 내부에선 아직 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대내외 경제 여건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조동철 위원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금통위에서 통화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경제가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었다.

시장에선 금통위가 이달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1명 이상 나올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최근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아지고 가계부채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금리인하로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