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물가 상승률 24년 만의 최고 기록

대통령이 중앙은행 총재 갈아치우며 금리인하 역주행 고수 물가 상승률 73.5%…그래도 금리인상 불허해 동결 이어가

2022-06-03     이코노텔링 곽용석기자

터키의 5월 물가 상승률이 73.5%로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만성적인 고물가에 시달려온 터키가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물가가 상승하는 국면에도 저금리 정책을 고집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AP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터키의 공식 통계 조사기관인 투르크스탯은 3일(현지시간) 5월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3.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항목별로 보면 교통비가 107.6%로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어 식료품비가 91.6%, 생활용품비는 82.08% 상승했다. 이밖에도 의료비가 37.74%, 의류비 29.8%, 교육비 27.48%, 통신비는 19.81% 올랐다.

터키는 만성적인 고물가에 시달려 왔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대확산이 초래한 경제위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에너지·곡물 가격이 급등한 영향을 받아 물가가 급등했다. 특히 올해 1월 최저임금을 50% 올리고, 가스·전기·도로 통행료·버스요금 등 공공요금을 줄줄이 인상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커졌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중앙은행들이 물가상승 압력에 대응해 금리인상 등 긴축에 나선 것과는 반대로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터키 중앙은행의 정책도 물가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일반적인 경제논리와 달리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고 주장하며 공개적으로 중앙은행에 금리인하를 요구해왔다. 이를 거절한 중앙은행 총재를 여러 차례 경질하기도 했다.

이에 중앙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해 연 19%였던 기준금리를 14%로 낮췄다. 지난주 열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위원회는 물가상승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시장의 의견과 달리 금리를 동결했다.

중앙은행이 금리인하 기조를 유지하면서 터키 리라화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날 정오 기준 터키 리라화는 달러당 16.67리라 선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초 리라화 가치는 달러당 7.5리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