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의 귀환 … 휘발유값 오르자 인기몰이

1분기 경차판매 3만대 넘어 1년새 34.5% 늘어나 경쟁 관계인 소형 SUV 차량보다 6년만에 더 팔려 현대자동차 캐스퍼 1만977대 팔려 선두 고속질주

2022-04-11     이코노텔링 성태원 편집위원
국제

국제 유가 급등 여파로 국내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을 웃돌면서 최근 경차가 인기를 되찾고 있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차 판매 대수는 3만189대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34.5%나 늘었다. 이는 1분기 국산 자동차 전체 내수 판매 대수가 작년 동기보다 14% 줄어든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라 더욱 눈에 띈다.

업체별로는 현대자동차 캐스퍼 1만977대, 기아 레이 1만382대, 기아 모닝 6793대, 쉐보레 스파크 1025대 등이 팔렸다.

특히 1분기에 경차는 2016년 이후 분기 단위로는 6년 만에 처음으로 경쟁 관계에 있는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보다 4400여 대 더 팔리며 인기 상승세에 올라탔다. 현대차 코나, 기아 니로와 같은 소형 SUV는 지난해 1분기보다 10.3% 감소한 2만5788대 팔리는 데 그쳤다.

국내 경차 시장은 10년 전 20만대를 웃돌았다. 하지만 신차가 제대로 출시되지 않는 가운데 SUV 선호 추세가 높아지면서 최근 10여 년간 급속하게 판매 대수가 줄어들었다. 2012년 20만2844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9만5565대로 10년 만에 판매 대수가 53%나 급감했다. 

업계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경차 총 판매 대수가 10만대를 넘어서며 오랜만에 인기를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차 판매 대수는 2019년 11만5262대, 2020년 9만7072대, 2021년 9만5565대로 내려갔으며 3년 만인 올해 10만 대 재돌파가 기대되고 있다.

모델별로는 현대차 캐스퍼가 5만 대, 기아 레이가 4만 대씩 팔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기아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의 판매 증가 추세가 합세할 경우 10만대 돌파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경차로 분류되는 차종은 현대자동차의 캐스퍼, 기아의 레이와 모닝, 한국지엠(GM) 쉐보레의 스파크, 르노의 트위지 등 5종이다.

올들어 경차의 인기가 회복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유가 급등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차량 운행에 기름 자체가 적게 들고 유류세 환급 혜택이 크다는 점도 작용했다.

또 지난해 9월 신차 캐스퍼가 선보이며 구매 심리를 자극해 온데다 다른 차종에 비해 계약 후 상대적으로 출고가 빠르다는 점도 경차 구매 유인책이 되고 있다.

11일 관련 통계에 따르면 서울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각각 리터당 2036.27원, 1980.04원을 기록하며 20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경유 가격은 서울 1967.89원, 전국 1904.64원으로 파악됐다.

배기량 1000㏄ 미만 경차 소유자는 휘발유와 경유 L당 250원, LPG L당 161원을 30만 원 한도 내에서 환급받을 수 있다. 발급받은 유류구매카드를 쓰면 별도의 절차 없이 카드사가 환급액을 차감하고 대금을 청구한다. 10%가 넘는 할인율이 보장돼 경차 구매에 만만찮은 매력 포인트가 되고 있다.

중대형 차나 소형차보다 계약 후 출고 대기 시간이 1~3개월로 짧다는 점도 또 다른 인기 요인이다. 대개 출고까지 캐스퍼는 3개월 정도, 스파크는 2개월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닝과 레이는 내비게이션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각각 1개월 정도, 3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출고까지 1년 이상 걸린다는 중대형 차나 6개월 혹은 8개월 이상 소요된다는 소형차 아반떼나 베뉴(SUV)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출고 대기 기간이 무척 빠르다는 평을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