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유탄에 국내는 '폭탄물가'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웃돌아… 외식물가는 24년만에 최고치 원유,곡물 등 올라 국내 물가에 악영항 … 韓銀 "당분간 4% 유지할듯"

2022-04-05     이코노텔링 곽용석기자
통계청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넘어섰다. 특히 외식물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래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유가 및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4%대의 고물가 행진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2020년 100 기준)으로 지난해 3월보다 4.1% 상승했다. 물가가 4%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국내 물가가 10년에 만에 4%대 상승률 시대를 맞게 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 측면의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돌발 악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배럴당 83.5달러였던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2월 92.4달러로 오른 데 이어 3월에는 110.9달러로 치솟았다. 국내 휘발유 가격도 시차를 두고 영향을 받으면서 3월 평균 가격이 리터당 1938원까지 올랐다.

그 결과 석유류 상승률은 31.2%로 지난해 11월(35.5%) 이후 넉 달 만에 다시 30%대로 올라섰다. 작년 11월 이전에 석유류 상승률이 30%대를 웃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물가가 급등했던 2008년 7월(35.5%)이었다.

빵(9.0%) 등 가공식품도 국제 곡물 가격 급등의 여파로 6.4% 올랐다. 2012년 4월(6.5%)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농축산물의 경우 수입 소고기(27.7%)와 돼지고기(9.4%) 등 육류가 오른 한편 파(-62.0%)와 양파(-50.0%)는 내렸다.

서비스 물가 상승은 외식비가 주도했다. 외식 물가는 생선회(10.0%) 등이 상승하면서 6.6%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월(7.0%) 이래 24년 만에 최대 싱승폭이다.

공동주택 관리비(4.0%) 등 외식 이외의 개인 서비스 이용료는 2.9% 상승했다. 집세는 2.0% 상승했다. 전세와 월세가 각각 2.8%, 1.1%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2.9% 올라 전월과 상승률이 같았다. 하지만 4월부터 전기․가스 요금이 인상돼 물가 불안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도 물가 오름세를 중대 사안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민의 체감 유류비용을 낮추기 위해 5~7월 한시적으로 유류세 인하폭을 30%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영업용화물차·버스·연안화물선 등에 대해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을 지급하고, 차량용 부탄(LPG) 판매부과금을 30% 감면하기로 했다.

한국은행도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유지하고, 올해 연간 상승률은 한은의 기존 전망치(3.1%)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연평균 국제유가 수준이 지난 2월 전망 당시 전제(두바이유 기준 83달러)보다 오를 가능성이 높은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까지 겹쳐 국내 물가의 상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