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CEO 스토리]조현정 회장이 내세우는 '윤리 경영'
5G시대에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기업은 대가 치를 것 경고 황우석 박사가 과욕 안부려 '조작' 안 했으면 "줄기세포 종주국" 윤경ESG포럼 회장 맡아 "지속 가능 기업이 곧 장수기업" 역설
"IT로 사람, 데이터, 사물 등이 서로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에서는 루머가 루머에 그치지 않습니다. SNS를 포함하는 통신 내역, 통화 음성, CCTV 카메라 영상, 신용카드 사용 기록 등의 팩트가 증거로 남기 때문이죠. 그 결과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기업은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5G 시대 개막으로 그런 증거들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게 지금 현실"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도 초연결 사회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윤리 경영을 하지 않으면 기업이 존폐 위기를 맞을 수도 있어요."
윤리 경영이란 경영 및 기업 활동을 할 때 기업 윤리에 최우선순위를 두는 것이다. 이때 기업 윤리는 투명성, 공정성, 합리성 등의 가치를 가리킨다. 윤리 경영을 하는 목적은 주주, 고객, 구성원, 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현대 기업에 신뢰는 중요한 무형의 자산이다. 단적으로 윤리 경영을 하면 회계 투명성이 높아져 노사 분쟁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윤리 경영을 하는 회사는 기업 이미지가 좋아져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
"만일 황우석 박사가 과욕을 부려 줄기세포 관련 논문을 조작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가 줄기세포 종주국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조 회장은 윤경ESG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다. 윤경은 윤리 경영을 줄인 것이다. ESG는 친환경,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 경영 투명성을 가리킨다. 이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이 ESG 경영이다. 지난해 봄 윤경CEO 서약식에서 조 회장은 "ESG 경영을 실천에 옮기는 데는 CEO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자와의 인터뷰 때도 그는 "윤리 경영의 가장 큰 적은 바로 기업가 자신"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대 기업의 화두는 지속 가능한 경영입니다. 한 마디로 장수 기업이 되려는 것이죠. 그런데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무엇보다 윤리적이라야 합니다. 기업의 가치를 높이려면 핵심적 이해관계자를 중시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주주 가치, 구성원 가치, 고객 가치죠. 여기서 더 나아가 사회적 가치를 강화할 때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됩니다."
이 시대 경영 화두 중 하나는 직장 내 갑질이다.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 내 지위,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도 2019년 7월부터 시행 중이다. 조 회장은 "구성원을 종업원으로 보는 인식이 직장 내 갑질의 토양"이라고 주장했다.
"여전히 쓰이는 종업원이란 말은 주종관계를 연상시킵니다. 그런데 오늘날 기업의 구성원은 종이 아니라 경영진의 파트너예요."
그는 1983년 인하대 전자공학과 3학년 때 호텔방에서 창업을 했다. 벤처라는 용어가 생겨나기 전이었지만 비트컴퓨터는 비공식 국내 벤처 1호다. 은행 대출을 받은 서비스 기업 1호이기도 하다.
그는 의료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했다. 소득이 거의 노출되지 않던 그 시절 일부 의사들은 비트의 프로그램이 내장된 컴퓨터를 구매하면서 세금계산서 받기를 꺼렸다. 조 회장은 그런 의사에게는 컴퓨터를 납품하지 않았다. 창업 초부터 윤리 경영을 실천한 셈이다. 1989년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서른을 갓 넘긴 그를 '한국에서 기술 기업 창업 붐을 일으킨 청년 사장(boy president)'이라고 1면에 대서특필했다. 그는 검정고시 출신이다. 중학교 중퇴 후 전자제품 기술자로 일하다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치렀다. 대학에 진학한 후 그는 당시로서는 전인미답이나 다름없던 소프트웨어 분야로 진출한다. 1990년엔 비트컴퓨터 부설 C교육센터를 설립해 개발자를 양성하고 있다. 1995년엔 벤처 1세대들과 함께 혁신 성장 생태계를 조성하려 벤처기업협회를 만들었다.
조 회장은 시간은 윤리 경영 편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윤리 경영이 중요해지고 결국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거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사회적 평판을 관리해야 합니다. 개인이 건강 관리를 잘해야 장수하듯이 기업은 평판 관리를 잘해야 지속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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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중앙일보 경제부를 거쳐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월간중앙 경제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ㆍ포브스코리아 경영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전문기자 등을 지냈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에게 배워라-대한민국 최고경영자들이 말하는 경영 트렌드>, <CEO를 신화로 만든 운명의 한 문장>, <아홉 경영구루에게 묻다>, <CEO 브랜딩>, <한국의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공저) 등 다섯 권의 CEO 관련서 를 썼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잡지교육원에서 기자 및 기자 지망생을 가르친다. 기자협회보 편집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로 있었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초빙교수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