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구석구석탐색㉚보화사와 탑완사
티벳불교는 티벳장족의 종교를 넘어 중국서 10개 민족이 믿는 등 교세 확대 …한족의 귀의도 줄이어
호텔을 나와 길 건너편에 있는 잡화점에 들러 지도와 물 한통을 사면서 가게주인으로부터 둘러봐야 될 절을 추천받았는데 대부분이 바로 시외버스에서 하차한 지점과 지금 묵고 있는 호텔 사이에 집중되어 있다.
이곳 우타이산은 일주일 가량 오래 머물러도 좋겠지만 바쁜 여행객은 한나절만 열심히 다녀도 중요한 사찰 3,4군데는 들를 수 있다. 관광 중심구역에 중요한 절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원하다는 우타이산이지만 여름 한낮의 날씨는 그래도 만만찮았다. 그러나 여기서 페이스를 늦출 수 없고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 먼저 들른 곳은 호텔에서 가까운 보화사였다. 절의 중요 전각이 아주 낡았지만 예스런 멋이 뿜어져 나온다. 이절의 한 스님에게 건축 연대를 문의하니 명조 때 건축된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노스님에게 물어봐도 대답은 마찬가지였고 중간에 수리도 한 적이 없다는 말을 덧붙인다. 필자가 한국에서 온 관광객이라고 한 스님에게 얘기하자 주변의 스님 여러분이 모여든다. 그들은 한국의 스님들의 삶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본다. 필자는 불제자가 아니라 자세한 한국 절의 사정을 모르나 들은 풍월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한 사실을 전했다. 특히 궁금한 것이 탁발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것은 불교에 조예가 있는 친구로부터 들은 바가 있어 자신있게 설명하였다. 한국의 최대 불교종파인 조계종에서는 소속 모든 승려에게 탁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승려들이 이동할 때 일반인의 집에서 유숙할 수 있는냐고도 묻는다. 한국의 주요 지역에 절이 있고 절에서 자신의 절에 수행하는 승려가 아니라도 숙박과 숙식의 도움을 받는 것 같다고 자신없는 설명을 했는데 사실여부를 확신할 수가 없다. 우연히 한 노스님과 중국의 종교문제에 대해 대화하다가 문혁기의 종교박해로까지 이야기가 이어졌다. 당시 이 절은 무사했느냐고 묻자 그 노스님은 여기서도 약간의 피해가 있긴 했지만 경미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는 한 전각 앞에 있는 석조 부조물이 약간 떨어져 나간 정도라며 그 현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석조 부조상의 인물과 동물상이 약 1,2cm 깊이 정도로 파여 떨어져 나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티벳불교사원이 거의 멸교 수준으로 파괴된 것에 비하면 경미한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이곳에서 가장 중심 사찰은 시외버스가 정차하는 곳에서 바로 바라다 보이는 현통사와 탑완사 보살정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탑완사는 무엇보다 거대하게 솟은 티벳불탑으로 중국내외에서 아주 유명하다.
우리가 흔히 보는 각종 사진이나 영상물에서 불교성지 우타이산을 상징하는 구조물이 바로 탑완사의 거대한 티벳불탑이다. 이곳에서 들은 바로는 우타이산의 이 티벳불탑이 중국내에서 가장 큰 티벳불탑이라고 한다. 이 지역 거의 모든 곳에서 조망이 가능한 이 불탑은 흰색깔과 주변의 사찰의 검은 기와지붕이 흑백 조화를 이루며 동시에 우타이산의 녹색 숲과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절을 참관하는 젊은 티벳승려를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탑완사가 티벳불교사원인가 물었더니 그는 이 절은 중국불교 양식의 절이고 다만 티벳불탑을 봉안한 것이란 설명을 덧붙인다. 그러면 이곳 우타이산에 티벳사원은 없느냐고 다시 묻자 바로 옆의 광인사를 가리킨다. 필자가 이곳을 티벳불교사원으로 오해한 것은 거대한 티벳불탑에다 통에 불경을 새기고 이를 돌리는 이른바 경통(마니차)이 있었고 또 티벳불교의 수행방식으로 여겨지는 방식으로 승려들이 학습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절의 각종 건물의 건축양식은 중국불교식 건축임에는 틀림없었다. 불탑 뒤 전각에서는 승려들이 불경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전형적인 티벳불교 승려들의 학습방식과 흡사하였다. 스님들은 모두 하나씩 개인법구 즉 한손에 들어오는 북이나 종을 들고 있고 몇 몇 스님들은 북이나 거대한 소라 그리고 스위스 산촌에 목동들이 불던 호른과 같은 긴 목관악기와 심벌즈와 같은 징을 들고 있다.
불경을 처음 독송할 때는 깊은 산골 한줄기 개울물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아주 미약한 ‘졸졸’흐르는 듯한 소리가 나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물줄기가 커지고 빨라지면서 소리도 커지고 높아지게 된다. 이윽고 폭포수 혹은 거센 물살처럼 소리가 급격히 커지고 톤도 높아지며 이때 ‘심벌즈’와 큰 소라 그리고 특이한 티벳불교의 법기인 북이 동원된다. 이북은 북채가 특이하다. 보통의 북채는 직선의 나무막대 끝 부분에 헝겊 혹은 기타 섬유조직을 처리한 것이 보통이나 이것은 직선의 북채의 끝부분이 반원 모양으로 동그랗게 굽어져 있고 이 부분으로 그냥 콕콕 북 표면을 친다. 북소리는 더욱 단아한 느낌을 준다. 독경의 클라이막스에는 징이 함께 한다. 수십번을 연속하여 징을 치게 되면 한단계 독경이 마무리되고 다시 개울물이 졸졸 흐르듯 처음의 낮고 조용한 톤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스님들의 독경과 법기의 협주(?)를 듣게 되면 이것이 단순한 송경일 뿐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음악으로 느껴진다. 또한 독경과 함께 다양한 법기를 동원하여 각성효과를 가져와 불경을 송경하면서 졸 일은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들 승려들이 한족인지 장족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았으나 필자의 느낌으로는 이들이 한족 승려가 아닌가 싶었다. 티벳불교는 이제 단순히 티벳 장족의 종교를 넘어 이미 중국에서 10개 민족이 신앙하는 종교이고 적지 않은 한족도 티벳불교에 귀의하고 있기도 하다. 티벳 장족 이외 티벳불교를 신봉하는 주요 민족은 바로 몽골족이고 그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티벳불교의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