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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이산이 성지임을 상징 …호객꾼 즐비해 '불국토완 다른세상' …300위안짜리 호텔방은 썰렁

2019-05-26     홍원선 이코노텔링 대기자(중국사회과학원박사ㆍ중국민족학)

아침 일찍 터미널로 이동하여 7시 10분께 표검사를 하고 우타이산행 버스에 올랐다. 이 버스는 원래 좌석번호대로 앉는다. 어제 차표 ( 80위안 )를 미리 사두어 좌석번호가 2번으로 가장 앞자리여서 바깥 풍광을 조망하기에 좋다.

따퉁에서 우타이산으로 가는 길은 최근에 건설된 듯 노면상태가 아주 좋은 고속도로였다. 문제는 버스기사가 골초로 운행중에 수시로 담배를 피워대 바로 뒤에 앉은 필자는 적지 않은 고통을 겪었다. 잘 달리던 버스는 출발 2시간이 지난 후 전방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는 설명과 함께 인근의 휴게소에 정차했다. 무료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전방의 교통사고 현장의 수습이 끝났는지 경찰이 교통통제를 해제하고 다시 버스는 달리기 시작했다. 좀 더 달리자 고속도로는 끝이 나고 일반도로로 이어지면서 이제는 화물차 승용차 버스가 서로 뒤엉키면서 교통상황이 악화되었지만 속도가 떨어졌을 뿐 그럭저럭 운행하다가 산길로 접어들면서 더 굼벵이 운행이 되었다. 우타이산은 거대한 산이고 숲이 짙푸르게 뒤덮고 있어 불교성지에 앞서 거대하고 아름다운 산이었다.

우타이산

그러나 산 둘레를 돌아 올라가는 산길은 곳곳이 패어있어 공사 중이었고, 왕복 차선 가운데 한 차선을 막고 한 차선만으로 상호교행을 하니 더욱 운행속도가 늦어진다. 산길을 깊숙이 접어들면서 우타이산의 풍광이 우리의 대관령의 넓은 초원지대와 유사하다고 느꼈다. 온 천지가 풀밭인데다 소들이 드문드문 한가로이 풀을 뜯거나 아예 주저앉아 휴식을 하거나 되새김질을 하는 모습이 많이 눈에 들어왔다. 우타이산은 목초지와 산림이 공존하는 산이었고 거대한 초원은 평화스러운 기운이 넘쳐 흐르는 것 같았다. 산록의 초원지대를 지나 차는 고도를 높이면서 숲을 통과하였고 마침내 우타이산 관광지구 입구에 닿았다. 이곳에서 여행객들은 모두 내려 우타이산 관광지구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일인당 140위안인데 70세 이상 노인은 무료이고 60세 이상은 70위안을 내고 반표를 사야한다. 올해 갓 60이 된 필자는 여권을 보여주며 60세라고 했더니 매표소에서 아무런 군소리없이 반표를 준다. 여기까지 문제가 없었으나 검표소에서 제동이 걸렸다. 표를 보여주니 검표원이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왜 당신이 반표냐고 묻는다. 세고 짧게 “60”이라고 말했더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위아래를 훑어본다.

우타이산

주변의 관광객들도 필자의 얼굴을 쳐다보고 다른 일행을 한번 쳐다본다. 예전 40이 넘어 캐나다를 캠핑여행할 때의 일이 생각났다. 당시 여행을 같이 한 일행은 전원 서유럽과 호주 뉴질랜드에서 온 서양인 20대들이었고 필자만 40대였음에도 캠핑장에서 저녁을 먹고 부근에서 영업하는 바에 들어가려 할 때 서양인들은 제외하고 필자에게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 기억이 났다. 바의 종업원이 한국에서 온 40대 아저씨를 미성년으로 생각하고 나이를 확인하려 한 것이다. 바로 여권을 보여줬더니 놀라는 술집 직원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약간의 반표 해프닝에 이어 다시 버스에 올랐고 이어 버스는 중심 상업관광중심지역에 도착했다. 차 속에서 바깥 풍광을 즐기던 분위기와 느낌 그리고 불교성지로서의 우타이산의 이미지는 차에서 내리는 순간 좀 깨지는 것 같았다. 여관 혹은 여인숙으로 안내하려는 호객꾼과 자신의 식당에서 밥 먹으라고 팔을 이끄는 사람들, 또 사설택시를 타라고 목청을 돋우는 사람들...지금 필자의 눈앞에 펼쳐지는 정경은 이곳이 불국토가 아닌 확실한 사바세계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오랜 여행의 경험에 의하면 여행의 의사결정은 주체적으로 해야지 이런 강압적인 권유에는 결코 따라서는 안 된다. 이곳의 호객꾼들이 안내하는 호텔이란 일층에 식당을 하고 이층에 방을 넣어 숙박업을 하는 일종의 민박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되었다. 이런 곳에서는 잠을 잘 수 없다고 판단하고 짐 가방을 끌고 걸어 한 식당에 들어갔다.

우타이산

국수와 계란 요리를 시켰는데 계란요리가 어처구니가 없다. 계란 몇 개를 프라이한 것인데 무려 30위안을 받는다. 사진으로 걸어둔 계란요리와도 너무 틀리다.‘불국토’에서의 첫 식사에 완전히 기분이 상했다. 이 불교성지에서 관광을 잘 하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된다는 점을 일깨워 주는 것 같다. 한 사설택시 기사와 괜찮은 호텔이 부근에 없는가를 문의한 후 아랫 마을에 3성급 호텔이 있다는 말을 듣고 10위안 요금으로 이동하였다. 기사가 안내한 곳이 바로 지금 묵고 있는 용화호텔이다. 숙박비는 300위안으로 비싼데 방만 넓었지 시설은 별로다. 책상과 야탁 하나가 전부이고 서랍은 아예 없고 다만 샤워기 압력이 좀 센 점이 유일한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