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 다수"물가통계 실제보다 낮다"

소비자물가에 자가 주거비 반영되지 않았다며 개편 주장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서 공식 통계보다 웃돌 가능성 제기

2021-11-10     이코노텔링 김승희기자
통화정책을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를 관리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소비자물가 통계에 자가주거비가 반영되지 않아 실제보다 물가상승률이 낮게 나타나는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미국 등 다른 나라처럼 소비자물가지수 항목에 자가주거비를 넣어야 한다는 적극적 개편 주장도 나왔다.

10일 공개된 한은 금통위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다수 위원들은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추세를 언급하면서 자가주거비까지 고려하면 실제 상승률이 공식 통계를 크게 웃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 위원은 "올해 8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3%로 우리나라의 2.6%를 큰 폭으로 상회하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우리나라보다 심각한 것으로 인식되는데, 양국 간 물가지수 구성 품목 차이를 고려하면 한국 물가상승 압력이 미국에 비해 결코 작아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처럼 자가주거비 항목을 포함하고, 우리나라 특유의 관리물가 항목을 제외한 뒤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출해 보면 우리나라 물가 오름세는 지금보다 상당폭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위원도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식료품 가격 오름세 지속, 외식물가 상승, 전기료 인상 등 2차적 파급효과에 수요측 회복 요인도 가세하면서 물가 상승세가 더 많은 품목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우리나라 서비스물가의 구조적 하향 편의(bias)로 작용하는 자가주거비와 관리물가 동향까지 고려하면 실제 생계비(cost of living) 상승률은 현재의 통계보다 상당 폭 높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다른 위원은 "주거비 부담이 근로자의 임금상승에 간접적으로 반영되는 현상이 관찰되는 만큼, 주택가격 급등이 임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선 자가주거비가 물가지수에 반영되지 않으나 간접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이런 경로가 물가와 인플레이션 기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물가와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 위원은 "소비자물가지수 구성(basket) 차이에 따른 한국과 미국의 물가상승률 격차는 가계가 소비하는 품목과 비중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부각될 만한 이슈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자가주거비 항목의 경우 우리도 미국과 같이 소비자물가지수에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자가주거비는 자기 소유의 집에 살면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일컫는다. 예컨대 자기가 직접 살지 않고 집을 임대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임대료 수익(기회비용), 주택 구입을 위한 차입에 따른 이자 비용, 감가상각비, 세금 등이 자가주거비에 해당한다. 미국·일본·스위스·영국(CPIH) 등은 자가주택 임대 시 획득 가능한 임대료 수익을 자가거주비로 추정하는 '임대료 상당액 접근법', 스웨덴·캐나다·영국(RPI) 등은 주택 소유에 수반되는 제반 비용을 측정하는 '사용자비용 접근법' 등을 통해 자가주거비를 물가 지표에 반영하고 있다.

자가주거비를 반영하는 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자가주거비가 미치는 영향은 큰 편이다. 2020년 기준 소비자물가 내 주거비(자가주거비+주택임차료) 비중을 보면 미국(32%)·영국(26%)·네덜란드(24%)·아이슬란드(21%)·독일(21%)·스위스(20%) 등에서 20% 이상인 반면 한국은 9%(주택임차료)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