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의 '공격 투자' 공언 닷새 만에 '통큰 베팅'

지난주 '뉴 미래 비전' 선포 후 CJ제일제당, 세포ㆍ유전자 치료제 사업에 진출해 네덜란드 바이오 위탁개발생산업체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 2677억원에 인수

2021-11-08     이코노텔링 장재열기자
CJ제일제당은

CJ그룹이 뉴비전을 선포한 지 닷새 만인 8일 유럽 바이오기업을 전격 인수하며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 진출한다.

CJ제일제당은 8일 네덜란드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 지분 76%를 2677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이번 기업 인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3일 중기 비전을 통해 향후 3년간 미래 혁신성장 분야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뒤 나온 첫 결과물이다.

바타비아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서 백신 연구개발과 생산을 맡았던 경영진이 2010년 설립한 바이오 기업이다. 바이러스 백신·벡터(유전자 등을 세포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의 제조 공정을 개발하는 독자 역량을 갖추고 있다.

기존 바타비아 대주주는 2대 주주이자 회사 경영진으로 남아 사업 운영을 계속한다. CJ제일제당과 바타비아는 연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의 이번 인수 결정은 차세대 치료제 중심의 레드바이오(의약·의료)사업 확장을 겨냥한 포석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뉴비전을 선언하며 공격적인 M&A 행보를 예고했다. CJ제일제당의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 인수는 이날 밝힌 4대 성장 엔진(문화·플랫폼·치유·지속가능성) 가운데 치유(웰니스) 사업의 기반을 닦기 위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등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개발 회사에서 일감을 받아 원료의약품, 임상시험용 시료, 상업용 의약품을 생산하는 사업을 하게 된다. 해당 시장은 최근 연평균 25~27% 성장해 오는 2030년에는 세계시장 규모가 140억~160억달러(약 16조5000억~18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바타비아 본사는 유럽에서 연구개발·투자가 활발한 과학단지 중 하나인 네덜란드 레이던에 위치해 있다. 미국 보스톤과 중국 홍콩에도 각각 연구개발(R&D)센터와 아시아 영업사무소를 두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 인프라를 갖췄다.

CJ제일제당은 이번 바타비아 인수로 기존 그린바이오(사료·식품 소재), 화이트바이오(친환경 소재)에 이어 레드바이오(의료·제약)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게 됐다. CJ제일제당은 앞서 지난 7월 생명과학정보기업 '천랩'을 인수하며 신약 개발 역량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