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10곳 중 3곳, 영업이익 격감 '울상'
국내와 세계경기 둔화 영향… 1분기 지난해 보다 평균 40% 떨어져
상장기업들이 1분기 실적을 잇달아 발표하는 가운데 4월 넷째 주까지 실적을 공시한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4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는 세계 경기가 둔화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간 무역분쟁 등 여파로 수출이 부진해 하반기에도 기업 실적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25일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67곳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총 19조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들 기업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32조4841억원)보다 41.5% 감소한 것이다.
특히 전자, 화학 등 주력 수출산업의 부진이 뚜렷했다. 시가총액 1위 기업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이 막을 내리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6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5조6422억원)보다 60.4% 감소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1분기(4조3673억원)보다 68.7% 급감한 1조3665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쳤다.
LG화학은 전지(배터리) 부문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에 따른 비용 부담 등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2754억원으로 지난해(6508억원)보다 57.7% 줄었다.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도 석유·화학제품 마진 감소 등 영향으로 3311억원에 그쳐 지난해(7116억원) 대비 53.5% 감소했다. 이와 달리 기아차는 1분기 영업이익이 5941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94.4% 증가했다. NH투자증권(2370억원, 34.5%), 현대차(8249억원, 21.1%) 등도 이익 신장세를 보였다.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다.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나온 43개사 가운데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에 10% 이상 미달한 '어닝 쇼크'(적자 확대·적자 전환 포함) 기업은 13개사(30.2%)였다. 이에 비해 기대치를 10% 이상 넘어선 '어닝 서프라이즈'(적자 축소·흑자 전환 포함) 기업은 8개사(18.6%)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 이후로 기업실적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음에도 실제 실적은 낮아진 눈높이에도 못 미친 것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당초 증권사들이 예상한 영업손실은 평균 914억원 수준인데, 실제 영업적자 규모는 1320억원으로 예상치를 약 44% 초과했다. 삼성물산도 상사 부문의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공장 가동에 따른 감가상각비 등 비용 증가로 인해 영업이익이 1052억원에 그쳐 시장 기대치(2167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삼성전자와 LG화학도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각각 12.7%, 14.5% 밑돌아 '어닝 쇼크' 리스트에 포함됐다.
이에 비해 NH투자증권과 기아차는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각각 43.3%, 28.4% 웃돌아 '어닝 서프라이즈' 명단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