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제재 예외 연장 없다"…유가 급등
미국이 이란산 원유 제재와 관련해 한국 등 8개국에 대해 다음달 2일 만료되는 한시적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주요 언론들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에 대해 강경책을 구사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주 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면서 압박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보도 직후 국제유가는 6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2일 오전 이들 국가를 이란산 원유 제재에서 면제해 주는 조치를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AP통신도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과 한국, 터키와 같은 동맹국을 포함한 5개국에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더는 면제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할 태세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면서 중국과 인도, 일본, 한국,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대만에 5월 2일까지 180일간 한시적 예외를 인정했다. 이후 대만과 그리스, 이탈리아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했으나 중국과 인도 등 5개국은 상당량 수입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 등 제재 예외국 정부들은 이 조치를 연장 받으려 미국과 협의해 왔다.
미국 정부가 이들 5개국 일부에 이란산 원유 수입을 서서히 줄일 추가 시간을 줄지, 아니면 곧바로 5월 3일부터 수입을 중단하지 않으면 미국의 제재를 적용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블룸버그의 유조선 추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중국은 하루평균 61만3000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수입했다. 한국은 38만7000배럴로 중국 다음으로 많았다. 인도가 25만8000배럴, 일본 10만8000 배럴, 터키가 9만7000배럴의 순서다. 22만6000배럴은 행선지가 확인되지 않았고 유럽 국가에선 이란산 원유 수입이 없었다.
이번 미국의 결정은 이들 국가의 석유화학 업계에 충격을 줄 수 있고, 세계 원유시장에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보도 직후 급등했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6월물은 배럴당 74.31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3.3% 급등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2.9% 오른 65.87달러까지 올랐다. 모두 지난해 10월 말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가 상승은 여론을 악화할 수 있어 선거철에 부담이 되며 한국․일본 등 주요 동맹국과 중국, 인도 등 경제규모가 큰 국가와의 관계 설정에도 민감한 요인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미국의 결정은 원유 제재 예외가 남아 있는 한 이란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태도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해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강경파에 한 차례 승리를 안기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동안 내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의 고삐를 조일지, 치솟은 유가를 잡을지 딜레마 속 논쟁이 벌어졌다. 또 미 의회에서는 대이란 강경파가 트럼프 정부에 제재 예외 철회를 요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