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눈물의 사퇴'

"자식에게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며 고개숙여

2021-05-05     이코노텔링 곽용석기자
홍원식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4일 사퇴했다. 4월 13일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 발표로 논란이 발생한 지 22일 만이다.

홍원식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대목에서 울먹이며 눈물을 닦기도 했다.

홍 회장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과 현장에서 상처받고 어려운 날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 낙농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유가공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며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이밖에도 국민 여러분을 실망케 했던 크고 작은 논란들에 대해 저의 소회를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먼저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희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며 과거 발생한 여러 사건에 대해서도 자성했다.

그는 이어 "최근 사태 수습을 하느라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 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 번 믿어주시고 성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하며 고개를 다시 숙였다. 홍 회장은 사과문을 읽은 뒤 별도 질의응답 없이 퇴장했다.

고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의 장남인 홍 회장은 1990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았다가 2003년 건설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가 불거지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대신 그해 회장에 취임하면서 '총수'이자 사내이사로 줄곧 회사 경영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 발표로 남양유업의 당일 주가가 급등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일축했다.

그러자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효과를 과장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경찰이 4월 30일 남양유업 본사 사무실과 세종연구소 등 6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