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辛라면 신화' 농심 신춘호 창업주 별세
노환으로 서울대병원 입원중 … 향년 92세 "라면은 간편식이 아니라 대용식"경영 철학
'신라면 신화'를 일군 농심 창업주 신춘호 회장이 27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농심은 이날 "신 회장이 오늘 오전 3시 38분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최근 노환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신춘호 회장은 1930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롯데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1958년 부산 동아대 졸업 후 일본에서 신격호 명예회장을 도와 제과사업을 하다가 1963년부터 독자적인 사업을 모색했다. 당시 일본에서 쉽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어 인기를 끈 라면에 주목했다.
1965년 말 라면 사업 추진을 놓고 형과 갈등을 빚은 고인은 '롯데공업'이라는 라면 업체를 차려 나왔다. 1978년 사명을 '농심(農心ㆍ농부의 마음)'으로 바꾸면서 롯데와 결별하고 독자 노선을 걸었다. 신 회장은 "한국에서의 라면은 간편식인 일본과는 다른 주식(主食)이어야 한다"며 "값이 싸면서 우리 입맛에 맞고 영양도 충분한 대용식이어야 먹는 문제 해결에 큰 몫을 할 수 있다"는 '라면 철학'을 갖고 있었다.
신 회장은 탁월한 경영인이자 연구가였다. 스스로를 '라면 쟁이' '스낵 쟁이'라고 부르며 직원들에게 장인정신을 주문했다. 1965년부터 56년간 농심을 이끈 고인은 1975년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로 인기를 끈 농심라면을 내놓았다. 1984년 짜파게티, 1986년 신라면 등 히트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라면 왕'으로 불렸다.
신라면과 짜파게티는 라면시장 점유율 1, 2위를 기록하는 제품이다. 농심의 지난해 라면 매출은 2조868억원.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집콕' 현상과 아카데미 4관왕 수상 영화 '기생충'에 소개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신라면 수출액만 4400억원을 돌파했다.
농심은 국내 라면의 원조인 삼양라면이 우지 파동으로 위기를 겪자 공격적 마케팅으로 라면 시장을 석권한 1985년 이후 라면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신라면은 현재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고인의 또 다른 별명은 '스낵쟁이'였다. '손이 가요~ 손이 가~'라는 광고로 유명한 새우깡(1971년)도 그의 작품이다.
신 회장은 1992년까지 대표이사 사장을 맡다가 농심이 그룹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룹 회장직을 맡아왔다. 고인이 별세하기 이틀 전 열린 농심 주주총회에서 신춘호 회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않으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차기 회장은 고인의 장남 신동원 부회장이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원 부회장은 지난 주총에서 사내 이사로 선임됐다.
신 회장은 부인 김낙양 여사와 신현주(농심기획 부회장), 신동원(㈜농심 부회장), 신동윤(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메가마트 부회장), 신윤경(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부인) 3남 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발인은 30일 오전 5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