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CEO 스토리]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 ㊤교육집안서 '앞치마 도발'

포병장교 때 장군 찾아가 간부식당 관리장교로 일하게 해달라 졸라 사학재단 설립한 조부와 아버지는 외식업 탐탁치 않게 여겨 눈밖에 가격대비 마음만족도 가리키는'가심비' 높이려 광고홍보 일절 안해

2021-03-16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그는 젊어서 주택 사업을 했었다. 수입 건축자재로 목조주택을 지었다. IMF 외환위기 전까지는 잘됐었다. 외환위기가 닥치자 환율이 급등했다. 환율은 그로서는 불가항력적인 외생변수였다.

"사업이 잘됐을 때도 어째 겉도는 거 같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외식 사업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죠."

한국 남자들에게 앞치마를 두르게 한 남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그다. 요리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자 동시에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학사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그가 포병장교 시절 장군을 찾아가 간부식당 관리장교를 하게 해 달라고 조른 것도 요리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앞치마를 둘러 장교 망신시킨다고 대령한테 욕을 많이 먹었다고 한다.

사학재단을 설립해 운영한 그의 할아버지, 할머니도, 재단 이사장으로 있던 아버지도 그가 외식사업을 하는 데 완강히 반대했다. 예산고 이사장인 그가 사회복지학과를 나온 것도 타협의 산물이었다. 아버지는 그가 교육학과에 가길 바랐다고 한다. 외식업 창업을 하면서 결국 그는 집안의 경제적인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해야 하고, 그래야 행복합니다. 과정이 즐겁다고 성과가 커지지는 않아요. 그래도 남들과 비교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있어요."

1993년 스물일곱에 백종원은 대패삼겹살을 선보인 원조쌈밥집을 열었다. 그가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는 현재 한신포차·홍콩반점·새마을식당·빽다방 등 총 22개의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인다. 가맹점 수는 전국적으로 1400개에 이르고 미국·일본·중국·호주·베트남 등에 진출했다.

외식사업을 벌인 후에도 잘 안 되는 브랜드는 있었다. 그러나 론칭하는 브랜드의 70~80%가 시장에 안착했다. 지난 1월 백종원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배달 앱 매출은 지난해의 4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재택근무·온라인 수업의 영향, 가족 중심 소모임 위주의 회식으로 집에서 하는 '외식형' 내식이 늘어난 덕이다. 2017년엔 제주 중문단지에 호텔더본을 개관했다.

"과거엔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버는 거보다 버는 과정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쓰느냐도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그것도 어쨌거나 돈을 벌고 난 후의 문제죠."

백종원 메뉴의 콘셉트는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기는 푸짐한 한 끼'다.

"우리나라는 밥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한 외식비가 너무 비쌉니다. 끼니를 위한 음식값을 내리면, 그럼 외식시장이라는 파이를 훨씬 더 키울 수 있어요. 사람들이 아침식사도 나가서 할 거예요. 한 끼 해결을 위한 아침은 커피 한 잔 곁들여 3000~3500원 정도 돼야 합니다."

인기 방송인인 그는 방송에 나가 음식값을 내리라고 했다가 말을 듣기도 하지만 자신의 이런 주문이 음식을 하향 평준화하려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값을 내려 가성비와 회전율을 높이면 전체 외식업계가 삽니다. 더본코리아의 프랜차이즈가 하는 일이죠. 외식비의 마지노선이랄까 '저점'을 잡아주는 겁니다."

그는 국내 외식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침 시장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외식시장의 수직적 확장이다. 동남아처럼 사람들이 아침도 나가서 먹게 되면 생활양식도 바뀔 거로 내다본다.

"아파트 주방은 간편식을 만들어 먹는 규모로 작아질 겁니다. 냉장고도 지금처럼 클 필요가 없어요. 자연히 다른 생활 공간이 넓어지겠죠.

그라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해 보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외식업계에서 가격의 저점을 잡아주는 역할을 다하고 나면 한번 도전해 보려 합니다. 그때까지는 가맹점주들을 독립 점포 사장으로 훈련하는 일에 집중하려고요."

그의 식당들이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를 가리키는 이른바 가심비가 높다고는 할 수 없다.

"가심비를 높이려면 가맹점주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가맹점 관리를 담당하는 슈퍼바이저를 확충해 점주들과 완벽하게 호흡을 맞춰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면 다시 가성비가 떨어지기 마련이죠. 우리 회사가 광고홍보를 일절 하지 않는 까닭입니다. 그런 데 쓸 돈을 식자재 쪽으로 돌리는 거죠."

백종원 그는 자신이 우리나라의 외식 가격을 잡는 데 기여한 사람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기를 바랐다.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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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중앙일보 경제부를 거쳐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월간중앙 경제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ㆍ포브스코리아 경영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전문기자 등을 지냈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에게 배워라-대한민국 최고경영자들이 말하는 경영 트렌드>, <CEO를 신화로 만든 운명의 한 문장>, <아홉 경영구루에게 묻다>, <CEO 브랜딩>, <한국의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공저) 등 다섯 권의 CEO 관련서 를 썼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잡지교육원에서 기자 및 기자 지망생을 가르친다. 기자협회보 편집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로 있었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초빙교수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