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PCB동행'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 별세
'전자제품의 두뇌' 인쇄회로기판(PCB) 첨단화 앞장 … 장학사업과 기술지원등 사회공헌 큰 발자취
국내 전자산업의 산증인으로 사재 500억원을 서울대 인공지능(AI) 연구에 쾌척한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이 11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김 회장은 1929년생으로 함경남도 조선전기공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전자통신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을 다니던 중 6·25전쟁이 터져 공군에서 복무하다가 전역한 뒤 전자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김 회장이 1965년 설립한 회사 대덕은 국내 전자산업의 발전 역사 그 자체다. 흑백 TV 인쇄회로기판(PCB) 부품 생산으로 사업을 시작해 TV를 넘어 PC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까지 생산 영역을 확대했다. 현재는 스마트폰과 5세대(5G) 이동통신 등에 필요한 PCB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대덕전자는 지난해 매출 9600억원에 직원 2000여명을 거느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전자산업 발전에 대한 김 회장의 애정과 관심은 마지막까지 뜨거웠다. 1991년 사재를 들여 해동과학문화재단을 설립해 이공계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해동(海東)'이라는 이름은 돌아가신 부친 아호에서 따왔다. 재단 설립 이후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이 '해동상(賞)'이다. 1990년부터 한국공학한림원 등 4개 학회를 통해 총 280여명에게 시상했다. 또 대학생 280명을 장학생으로 선발해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전국 20여개 공과대학 건물에 해동도서관 건립을 지원했다.
2002년에는 대덕복지재단을 세워 사회공헌 사업도 활발히 해왔다. 명휘원 해동일터와 대덕어린이집을 설립하고 노인시설과 장애인 시설, 외국인 이주노동자 극빈층 무료 진료를 하는 병원도 지원했다.
올 2월에는 모교인 서울대에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교육을 위한 AI 센터 설립에 써달라며 사재 500억원을 쾌척했다. 서울대는 이를 활용해 서울대 후문에서 낙성대공원에 이르는 지역에 AI 스타트업들이 모여 서울대의 연구 지식·인재와 함께 혁신 생태계를 이루는 '관악 AI 밸리'(가칭)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김 회장의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15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