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19 경기침체 속 '생계형 좀도둑' 극성
'살기위해 훔친다' 미국판 장발장…'하나님도 이해해 주실 거야'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 발장처럼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뒤 배가 고파 빵이나 파스타, 분유 등 식료품을 훔치는 절도 행위가 빈번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메릴랜드주에 사는 20대 '싱글맘' 진(Jean)은 지난 4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지역 아동돌봄센터가 일제히 문을 닫자 자신의 아들을 돌보기 위해 시급 15달러짜리 일자리를 그만 둬야 했다. 자진 퇴사라서 실업수당을 받을 수 없던 그녀는 한 달 뒤 돈이 떨어지자 인근 대형 마트에서 끌고 간 아들의 유모차에 고기, 쌀, 감자 등을 몰래 담는 방식으로 음식을 훔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하나님도 이해해 주실 거야'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배고픔에 빵을 훔친 주인공 장 발장을 떠올리게 하는 그녀의 사례는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간) '살기 위해 훔친다'라는 제목으로 다룬 기사에 소개됐다.
WP는 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정부 지원마저 끊기자 싱글맘 진처럼 먹고 살기 위해 식료품을 훔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유통업체, 보안 전문가, 경찰 등을 상대로 한 취재 결과 상점 절도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증해 과거 어느 때보다 많다고 전했다. 9ㆍ11테러나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상점 절도가 늘기는 했지만 최근 상황은 훨씬 더 빠르게 많이 증가했다는 것이 이들의 증언이다.
필라델피아 경찰에 따르면 3월 이후 이 지역 소매업체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이 7월까지는 작년 대비 60% 늘었다. WP는 특히 최근 상점 절도는 범행 대상이 빵, 파스타, 분유 등 식품에 집중되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로 실업자는 늘었지만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지원이 끝난 뒤 추가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미국인들이 늘어나는 상황이 식품 좀도둑 증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11월 중순에는 미국인 8명 중 1명꼴로 먹을 음식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수로 보면 2800만명에 달한다. 이는 1998년부터 같은 조사를 개시한 이래 최고 수준이다.
식품 좀도둑이 늘어나자 자체적으로 대책을 강구하는 마트들도 생기고 있다. 보안업체 이지스에 따르면 제복을 입은 보안요원과 암행 도난방지 전문가를 찾는 수요가 코로나19 이후 35%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