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자의 전설’ 최우석 부회장 "경제는 현실"

삼성경제연구소 10년 이끌며 ‘경제 싱크탱크’로 키워 … 언론사 재직땐 '갈치 한마리 가격' 1면 톱으로 올리는 등 실물경제 중시

2019-04-05     고윤희 이코노텔링 기자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과 중앙일보 주필을 지낸 최우석(79·사진) 씨가 3일 오후 별세했다. 언론과 경제계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고인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부산대 상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일보에서 경제 기자로 일했다. 72년 중앙일보로 옮겨 경제부장·논설위원·편집국장·주필을 지냈다.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 고품질 경제신문을 표방한 ‘중앙경제신문’의 창간을 주도했다.

중앙일보사 재직 동안 중앙일보와 중앙경제신문의 편집국장을 연거푸 하면서 특히 경제기사 보도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판을 얻었다. 늘 후배 기자들에게 “이야기하듯이 글을 풀어라. 논문을 쓰면 누가 읽느냐”며 “그런데 쉽게 쓰는 게 더 어렵다”고 강조했다. 취재한 내용의 전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렵게 쓰게 되고 잘 쓰지 않는 단어를 고른다고 질책했다. 숫자 투성이와 경제전문용어가 난무하는 기사는 어김없이 그의 손에서 용해돼 가독성 높은 기사로 바뀌었다. 아직 기자 초년생이던 필자 역시 먼 발치에서 경험한 ‘최 주필 선생님’의 가르침이 기억난다. 틀에 박힌 박힌 신문의 제목은 살아남지 못했다. 늘 ‘공부하는 기자가 되라’며 좋은 책이 나오면 기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호랑이 선생님이지만 가슴 따뜻한 언론인이었다. 그런 까닭에 신문경영에서 은퇴한 고인에게 앞길을 묻고 언론인 생활의 조언을 구하는 후배들이 적잖았다.

고인은 1995년부터는 10년 간 삼성경제연구소를 이끌었다. 그가 소장으로 있었을 때 내놓은 ‘CEO리포트’는 재계 최고경영자의 필독서가 됐다. 민간연구소의 분석 자료가 회원제로 유료화된 드문 사례였다. 그때 삼성경제연구소는 경제분야 싱크탱크로 자리를 잡았다. 당시 연구원들은 그의 통찰력에 놀랐다고 한다. 다음해 경제 전망치의 0.5%포인트를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지면 현실감각을 녹인 고인의 전망치로 결론이 나곤 했다. 고인은 꼭 경기전망을 판단할 때 재래시장 동향과 명동의 돈 흐름부터 체크 했다. 경제는 현실감각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실제로 중앙경제신문에 ‘갈치 한 마리 가격이 1만원’이라는 기사를 1면 톱으로 올렸다. 장바구니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 인플레가 우려된다는 상징적인 기사였다. ‘경제기자’로서 그런 행적은 언론계에 전설로 남아있다.

 이런 고인의 능력을 눈여겨본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계열사 사장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그에게 브리핑과 특강을 하도록 주선했다고 한다. 몇해 전 암투병소식이 전해졌다.  ‘평생 경제기자’로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여러 집필구상을 하면서 한국경제의 앞날을 걱정했다고 한다. 주필님, 아니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빈소 서울삼성병원, 발인 6일 오전 8시. 장지 하늘숲추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