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의 간편결제 '앤트그룹' 상장 '좌초위기'

마윈의 중국금융당국 비판 구설에 홍콩ㆍ상하이 상장 무기한 연기 미국 뉴욕증시서 알리바바 주가 폭락, 마윈 개인재산도 3조원 증발

2020-11-04     이코노텔링 장재열기자
알리바바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중국 금융당국의 보수적 정책 기조를 비판해 파문을 일으키며 세계 최대인 345억달러(약 39조원) 규모로 진행되던 중국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 여파로 미국 뉴욕증시에서 알리바바의 주가가 폭락했고, 마윈의 개인 재산도 3조원 넘게 증발했다.

홍콩증권거래소와 상하이증권거래소는 3일 공고문을 통해 오는 5일로 예정됐던 앤트그룹의 홍콩 증시와 상하이 과학혁신판 상장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앤트그룹의 실질적 경영권을 지닌 마윈이 공개 석상에서 중국 금융당국의 정책을 비판한 뒤 이어진 강력한 제재 조치다.

두 거래소는 이번 결정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은행관리감독위원회, 외환관리국 등 4개 기관이 앤트그룹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인사(마윈)와 회장, 총재 등을 '예약 면담'한 것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에 구체적 기한을 언급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앤트그룹 상장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

앤트그룹의 상장 지연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가는 3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8.13% 폭락한 285.5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 급락으로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750억 달러(약 85조7천억원) 증발했다. 알리바바 주식 4.2%를 보유한 마윈의 개인 재산도 30억 달러(약 3조8800억원) 줄었다.

중국에서 '웨탄(約談)'이라고 부르는 예약 면담은 정부기관이 감독 대상 기관 관계자들이나 개인을 불러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을 일컫는다. 국가 통제권이 강한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서 공개적인 '군기 잡기' 성격을 띤다.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이번 사안을 '중대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이번 사건으로 앤트그룹이 상장 조건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조치가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며, 이 규정에 따라 앤트그룹과 보증인은 관련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마윈은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外灘) 금융서밋 연설에서 당국이 '위험 방지'를 지상 과제로 앞세워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중국 금융당국을 비판했다. 당시 현장에는 왕치산 국가 부주석, 이강 인민은행장 등 중국의 국가급 지도자와 금융 최고위 당국자들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금융당국은 2일 마윈과 징셴둥 회장, 후샤오밍 총재를 불러 관리·감독과 관련한 예약 면담을 진행했다. 앤트그룹은 알리바바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리페이의 모회사다. 알리바바(32.6%)와 항저우 윈보(50.5%)가 앤트그룹의 지분 중 다수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