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인텔 낸드사업 인수

10조3천억원 들여 … 국내 사상 최대 M&A 성사 D램 위주의 사업구조보완 … 빅데이터 시장 겨냥 인텔서 10년동안 근무한 이석희사장이 빅딜 견인

2020-10-21     이코노텔링 곽용석기자
SK하이닉스가

SK하이닉스가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인 10조3천억원을 투자해 미국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한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낸드플래시 부문 시장점유율을 높이면서 메모리 반도체 분야 글로벌 1위인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게 됐다.

D램 부문 세계 2위인 SK하이닉스는 사업 비중이 D램이 72%인 반면 낸드는 24%에 머무는 불균형적인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D램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회사 수익도 들쑥날쑥해 사업 변동성이 크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돼왔다. 이번 인텔 인수로 SK하이닉스는 D램 비중이 60%로 줄고 낸드는 40%로 늘면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확보하게 된다.

SK하이닉스가 2014년 미국 바이올린 메모리 PCIe 카드 사업부와 벨라루스의 소프텍 벨라루스의 펌웨어 사업부를 인수한 데 이어 2017년 옛 도시바(현 키옥시아)에 4조원 규모 투자를 한 것도 낸드 부문을 보강하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여전히 낸드 부문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자 10조원 넘는 자금을 들여 인텔의 낸드 사업 인수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SK하이닉스 이석희 대표는 이날 임직원들에 보낸 사내 메시지를 통해 "인텔의 기술과 생산능력을 접목해 SSD 등 고부가가치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하면 SK하이닉스는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는 낸드 사업에서 D램 못지않은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중 낸드 점유율은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33.8%로 1위다. 이어 키옥시아(17.3%)와 웨스턴 디지털(15%)이 2위와 3위, 인텔(11.5%)과 SK하이닉스(11.4%)가 나란히 4위와 5위에 랭크돼 있다.

SK하이닉스가 인텔 인수를 마무리하면 낸드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어서면서 삼성에 이어 단숨에 2위 자리로 뛰어오른다. 특히 인텔의 강점인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시장에선 삼성을 제치고 글로벌 1위로 올라선다.

기업용 SSD 점유율은 올해 2분기 기준 인텔이 29.6%로 2위, SK하이닉스가 7.1%로 5위였다. 두 회사를 합친 점유율이 36.7%로 1위인 삼성전자의 34.1%를 넘어서게 된다.

SK하이닉스는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드(비대면) 수요 증가로 수혜를 보는 SSD 시장의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낸드 중 SSD 시장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8%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가운데 기업용 SSD는 연평균 23.9% 성장하며 전체 SSD 시장 확대를 견인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국내 최대 규모 빅딜을 하게 된 데는 공격적인 M&A로 외형을 확장해온 최태원 회장의 결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번 빅딜의 결정적 성사에는 인텔 출신인 이석희 대표가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석희 사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로 근무하기 전인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간 인텔에서 공정 전문가로 활동한 인텔맨이다. 이석희 대표는 지난해부터 인텔 낸드 부문 인수를 추진해왔고, 인텔측과 오랜 논의 끝에 결실을 맺었다.